아프면 병원에 간다. 아픔에 따른 통증은 어떻게든 가라앉혀야 한다. 그에다 보다 궁극적인 것은 통증의 원인인 병을 치료해 낫게해야 한다. 이 두 가지를 잡으려 병원에 가는 것이다. 그런데 이즈음 나의 경우로 볼 때 후자, 그러니까 병에 대한 근본적인 치료는 점점 어려워진다는 걸 병원의 이런저런 정황이나 태도에 비춰 나름으로 진단하고 있다.
나의 질환이 물론 보통의 것이 아닌 난치의 것일 수도 있다. 그러니 한편으로 그저 아프지 않고 증세가 심하게 악화되지 않는 수준에서 다스려 나가려는 게 병원 측의 입장일 것인데, 그게 이해가 안 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걸 그런 쪽으로 만 몰아 나로 하여금 만성병 환자 쪽으로 흘러가게 한다면 나로서도 감당이 안 된다. 그러면 다른 방안을 찾아보지 않을 수 없지 않은가.
허리가 아파 병원엘 갔더니 척추관협착증 진단을 받았다. 그것도 아주 안 좋은 상태라고 엑스레이 찍은 사진을 보여주며 그랬다. 의사는 치료를 ‘좀’ 받아야 한다고 했다. 여기서 ‘좀’이라는 게 어느 정도의 것인지가 나로서는 좀 캥겨지긴 했지만 그걸 그 자리에서 냉큼 물어볼 수는 없었다.
허리와 엉덩이 부분에 좀 강한 주사를 맞고 일주일치 약을 지어주는, 그러니까 일주일에 한번 씩의 치료를 한달이 넘게 받고있다. 급한 허리통증은 많이 사라졌다. 그러나 허리가 층층이로 걸리적거리는 증상 등 불편함은 여전한데, 그런 상태로 한달이 넘어가고 있는 것이다. 지난 주에 의사에게 그 얘기를 했다.
그랬더니 의사 하는 말이 원래 많이 악화된 것이라 시간을 요한다면서 ‘좀 더’ 치료를 받으라 했다. ’좀 더‘가 어는 정도인가를 또 물어려다 참았다. 나로서는 심하게 아픈 것도 아니고, 안 아픈 것도 아닌 이런 어정쩡한 상황에 독한 약만 삼키고 있는 게 답답했다. 그래서 지난 주에는 어떻게 되나하고 병원엘 가지 않았다. 그러니 약도 먹지 않았다. 그게 마음에 걸렸지만 그렇게 해도 증상은 매 마찬가지였다. 병원엘 가도 그렇고, 안 가도 그렇고. 이도저도 아니라 답답하고 이럴 때 슬금슬금 부추겨지는 게 병원 갈아타기인데, 그래도 십여년을 다닌 단골병원이고 그동안 효과도 적잖게 본 병원이라 그래도, 그래도 하고있다.
척추관협착증 약은 독하다. 그 약을 한 달 이상 복용을 했더니 덩달아 이번에는 속에 탈이 났다. 원래 역류성 식도염과 위염을 갖고있던 터라 그게 또 재발한 것이려니 하고 집에 있는 일본제 상비약으로 달랬지만 나아지지가 않았다. 그래서 다니던 동네 내과병원엘 갔다.
의사는 몇마디 물어보고 그동안의 내 차트를 보더니 위염이 재발한 것 같다며 약을 처방해 준다. 그래서 자그마치 보름치 약을 짓게했다. 그 약을 딱 하루 먹었더니 속이 많이 편해졌다. 일주일을 먹으니 많이 나아진 것 같아 약을 하루 정도 끊었다. 그랬더니 바로 그날 저녁 증상이 다시 돌아왔다.
그래서 내과병원도 계속 다니면서 약도 한달치를 먹고있는 중이다. 그런 중에 약을 먹으면 괜찮고 약을 끊으면 증상이 다시 오고. 이럴라치면 이 위장약을 평생 먹어야한다는 것인가 하는 나름의 우려가 생겨나면서 이 또한 어떻게 해야할지를 궁리 중에 있다.
병원 다니면서 이런 경우를 한 두번 겪는 것이 아니니 그저 병가지상사, 그러니까 나이먹어 늙으면 다들 그렇게 되는 것으로 치부하고 있기는 하다. 하지만 못내 나름으로 캥겨지는 게 하나 있다. 병원에서 나를 어떤 식으로 여기며 대하고 있을까에 대한 것이다.
여기에는 이런 의구심이 따른다. 나의 질환은 척추와 장기에 생긴 분명한 것인데도 그것을 그저 노화에 따른 일반적인 노인질환으로 가벼이 보고있지 않냐는 것이다. 그러니 늙으면 그런 병이 따라오는 것이니, 죽을 정도 아니면 그냥 그리 알고 병원에서 하라는대로 그렇게 살아가라는 게 아닌가하는 것이다. 물론 나에게도 문제가 있기는 하다. 몸에 약발이 안 먹히고 치료가 병원 측의 마음 먹은대로 되지않는 것은 젊음이 쇠한 나의 늙은 몸 때문이라는 사실을 도외시하는 측면이 없다고 말할 수 있는 처지가 아니라는 것이다.
물론 그래도 히포크라테스 선서를 한 병원의사들이 설마 그럴리야 하는 나름으로의 전제를 깐 것이기는 하지만, 그럼에도 이즈음 나의 질환에 대한 병원 측의 케어와 뭔가 흐미해보이는 태도, 그리고 이도저도 아닌 차도 등을 겪으면서 이런 의구심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는 노릇이다. 이런 게 계속되다보면 나는 아마도 병원을 자천타천으로 그저 만성적으로 다니는 만성적인 노인성 질환자로 되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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