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말을 참 못한다. 특히 사람들 앞에서 나를 소개하는 말이 서툴기 짝이 없다.
그래서 어쩌다 그럴 경우에는 하고 나서 부끄러움과 함께 후회가 따른다.
이렇게 이렇게 했어야했는데 하는...
어제도 그랬다. 그 모임은 왜 그런지 만날 때 마다 자기 소개를 하라고 한다.
한 두번 한 것도 아닌데, 또 하라는 건 새로운 사람들이 왔으니까 그러는 것인 줄 알지만
나로서는 그 때마다 매번 당혹스럽다. 별로 내세울 것 없는 것이니 짧게 하자는 게 내 생각이고
그래서 그렇게 했다. 그런데 내 소개 말 중에 이상한(?) 말이 하나 불쑥 썩이게 된 걸 하고 나서 알았다.
듣는 사람은 모를 수도 있다. 그런데 자격지심이 앞선다.
그래서 말하자면 어제도 결국 말을 망쳤다는 게 나의 회한적인 생각인데,
그 구체적인 내용까지 반복해 얘기하지는 않겠다.
언젠가 태어나 생전 처음으로 남들 앞에서 말하는 일을 직업으로 가져본 적이 있다.
모 언론관련 단체에서 각급 학생들을 대상으로 미디어강사 생활을 할 때다.
그 때는 왜 그랬는지 모르겠으나 평가가 좋았다. 그래서 많이 불려다녔다.
대상이 초등학교생부터 예비언론인들까지 그 폭이 상당히 넓었다.
하지만 내 싹수가 원래 그런 게 아니었으니, 그리 오래 가지 않았고, 그 결말은 쓰라렸다.
제주에서 중.고등학교 교장들 4백여 명을 대상으로 한 학교신문에 관한 강의를 했다.
강의가 처음에는 잘 나갔다. 교장들 대상 강의라지만, 어차피 그 사람들이 강의보다는
관광 위주로 온 것이니 그냥 적당하게 재미있게 하라는 게 주최측의 나에 대한 당부였다.
그래서 재미 위주로 하다 교장선생님들의 대체적인 표징으로 '대머리'라는 말을 썼다가 난리가 난 것이다.
듣는 교장 분들 사이에서는 폭소가 터지고 재미있어 했다.
하지만 그 자리에는 '지엄하신' 장관 등 높은 사람들도 꽤 있었다. 그게 문제가 된 것이다.
아무튼 강의가 끝나고는 주최 측 사람들끼리 내 강의내용을 둘러싸고
한바탕 크게 논란을 벌이는 걸 보았다. 나는 서울로 올라 와 사의를 표했다. 한 마디로 잘린 것이다.
그 이후부터 역시 나는 말을 잘 못하는 쪽으로 나 자신을 몰아갔고,
그래서 남들 앞에서 말하기를 주저하는 처지가 된 것이다. 의도가 사뭇 담겨진 그런 처지가 됐다.
그 처지를 다시 한번 실감한 어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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