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브레송(H.C. Bresson) 사진展, 그리고 라이카(Leic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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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브레송(H.C. Bresson) 사진展, 그리고 라이카(Leica)

by stingo 2023. 10. 5.

오늘 이 책자를 찾았다. 베란다에 버리려 쌓아둔 책 더미에 있던 것인데,
우연히 그 더미 옆 등산화 하나 꺼내려다 눈에 들어온 것이다. 앙리 까르띠에 브레송(Henri Cartier Bresson; 1908-2004)의 사진집으로,
2012년 5월 브레송 사진 세계순회전시를 한국 세종문화회관에서 하면서 발간된 책자다.



브레송 사진을 좋아하게 된 것은, 물론 브레송의 사진이 여러 면에서 인상적이고 좋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사진가로서의 평생을 라이카(Leica) 카메라와 함께 한 브레송, 그리고 그의 사진들이 거의 전부 라이카로 찍혀진 것이라는 점이
특히 올드 라이카에 빠져있던 나로서는 브레송 사진을 좋아하지 않을 수밖에 없는 이유였다.

브레송 사진의 한국전시회 때도 라이카가 함께 했다. 라이카 한국 공식대리점인 ’라이카 카메라 코리아‘가 협찬을 했고,
사진 전시회장 곁에 별도로 라이카 카메라를 전시했었다.

Kashmir, Srinagar(1948)



당시 ’교수신문‘ 편집위원으로 재직 중이었던 나는 당연히 브레송의 사진들을 보러갔고,
’생 라자르 역 뒤에서, 파리(Derrière la gare Saint Lazare, Paris)‘ 등 브레송의 명작을 원판으로 보는 감격을 누렸었다.
브레송의 사진들 앞에서 휴대폰카메라를 들이댔다가 크게 제지를 당했던 기억이 있다.
그게 11년 전인데, 그 사이에 브레송 사진들을 보는 나의 안목도 달라졌다.
단순히 보는 것에서 사진들이 찍혀진 배경이나 역사에 천착하게된 것이다.

Calle Cuauhtemoctzin, Mexico(1934)

Pekin(1948)



그러나 브레송의 사진들은 인터넷 등을 통해 많이 접할 수 있지만,
사진의 촬영의 배경이나 상황 등에 관해 알기는 쉽지 않았다.
그래서 그 때 전시회에서 구입한 브레송 사진집을 떠올렸고 그걸 찾아보았으나 어려웠다.
그 사진집이 오늘 우연찮게 내 앞으로 나타난 것이다.

브레송의 사진들을 인터넷 등에서 보기는 쉬우나, 꼭 보고싶은 사진을 찾기는 어려웠다.
그 중의 하나가 브레송이 1955년에 찍은 ’부지발 근교 수문, 프랑스(Ecluses die Bougival, France)‘라는 제목의 사진으로,
이 책자에 이 사진이 수록돼있다.

Ecluses de Bougival, France(1955)



파리 센 강 왼쪽 지역인 부지발에서 찍은 이 사진은 일하러 나가는 가장을 배웅하는 아내와 엄마에 안기어 아빠를 보고
미소를 짓는 얘기 등 일가족과 애완견의 모습을 담은, 당시 프랑스 서민가족의 정과 사랑을 느낄 수 있는 작품이다.
이 사진은 브레송 사진을 분류별로 나눈다면 휴머니즘 쪽 카테고리에 속한다.
나는 이 사진을 당시 전시회에서 본 이후 좋아하게 됐지만,
그 후 접할 수가 없다가 오늘 이 책자를 통해 다시 만나게 된 것이다.

오늘 이 책자를 보며 한편으로 브레송에게 죄송한 마음을 갖는다. 당시 전시회를 본 후 나는 관련한 글을 신문에 썼는데,
그 글을 지금에 다시 읽어보니 그런 마음이 든다는 것이다. 브레송 사진전을 봤으면 브레송 사진에 관한 글을 써야한다.
물론 그런 쪽으로도 언급 안 한 건 아니지만 지금 읽어보니 약했다.
이 글을 보니 나는 그보다는 오히려 라이카 카메라 쪽으로 치중해 쓴 측면이 강하다.
그래서 브레송에게 미안스런 마음이 드는 것이다.




그 때문에 내가 쓴 이 글로 문제가 야기되기도 했다. 브레송 사진전에 ’라이카 카메라 코리아‘가 전시한
라이카 카메라를 문제삼아 ’라이카 카메라 코리아‘의 상업성을 지적했기 때문이다.
브레송 사진전에 라이카 카메라를 전시하려면 브레송이 사용했던 라이카 올드 기종들을 갖다 놓아야 한다.
그럼에도 전시된 카메라는 그 당시 첨단을 달리던 디지털 카메라만 잔뜩 전시해 놓은 걸 나는 그냥 보아두지 않았던 것인데,
그 회사는 내 글을 보고 항의를 해왔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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