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카(Leic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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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카(Leica)

by stingo 2020. 11. 7.

언제 어디서든 눈에 확 띄워지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뭐랄까 매니아적인 속성이나 직업적인 근성에 연유한 것일 수도 있겠다. 나에게는 35mm 카메라의 프로토타입 격인 ‘라이카(Leica)’다.
오늘 친구 혼사로 강남 청담동을 나갔다가 번잡하지 않은 어느 길 안 쪽 건물에 빨간 로고의 라이카가 눈에 확 들어 와 이끌리듯 들어가 봤다. 라이카 직영점이다. 그러니까 독일 라이카의 한국 대리점이 아니라 라이카 본사에서 직접 운영하는 곳이라 했다.


지금은 잘 모르겠지만, 라이카 대리점으로는 유명한 ‘B 카메라’가 충무로에 있었다. 우리나라에서 라이카 카메라로 잘 알려지던 곳이라, 나도 예전 충무로 시절 한 때 많이 들락거려봤다. 여직원에게 물어 봤더니, B카메라는 라이카 한국 대리점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그게 어떤 차이가 있는 줄 물어보려다 그만 뒀다.
라이카에 대한 나의 로망은 ‘올드 라이카’다. 지금 삐까뻔쩍하게 나오는 라이카 디지털 카메라에는 별 관심이 없다. 하지만 지금은 대세가 디지털이니 어디 가서 올드 라이카 얘기 꺼내기도 좀 저어되는 측면이 없잖아 있다. 아울러 어디서건 올드 라이카를 많이 취급하는 곳도 찾기가 쉽지는 않다. 예전에 충무로 B카메라는 라이카 공식 대리점이었지만, 올드 라이카도 많이 취급했다. 지금은 어떤지 모르겠다.


청담동 여기 직영점에서 취급하는 라이카 아이템도 물론 라이카에서 현재 생산되고 있는 디지털 카메라들이다.
그 카메라들을 나는 물론 무시하질 않는다. 갖고 싶기도 하다. 하지만 그것들은 나에겐 그야말로 그림의 떡이다.
가격 면에서 우선 그렇다. 천만 원 홋가하는 것들이 수두룩하다.


이곳 직영점에 올드라이카는 딱 두대 뿐이었다. 그것도 판매가 아니라 전시용이다. 스크류 마운트의 IIIF와 IIF 두 대인데,  엘마(Elmer) 표준렌즈가 각각 끼워져 있었다. 이 올드 라이카 카메라는 원로 사진작가인 고 임인식 (1920-1998) 선생의 소유라고 했다. 그러고보니 직영점에서는 임 선생의 1950, 60년대 흑백사진 작품들이 전시되고 있었다.


최신 기종의 라이카 디지털 카메라들 사이로 올드 라이카로 찍은 아날로그적인 흑백사진들이 전시되고 있는 게 어떤 구색 갖추기랄까, 묘한 느낌을 들게 했다. 직원에게 이런 느낌을 말했더니, 이런 답이 돌아온다.

“아, 필름 카메라도 있습니다.”

직원이 의기양양하게 보여 준 그 필름 카메라는 MP였다. 라이카 M 타입의 마지막 기종인데, 어떻게 그 삐까뻔쩍한 디지털 카메라 사이에서 홀로 용케 버티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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