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Spain.'
책 제목이 좀 밋밋하다. '나는 스페인이다'로 해석하기가 그렇다는 말이다.
그러나 아무튼 'I Am Spain'은 스페인 내전에 참전한 조지 오웰 등 당대 유명 지식인들의 기록을 바탕으로 한 책이다. 그들의 개인적인 편지와 일기, 그리고 회고록 등을 통해 이 책은 그들이 참전당시 느낀 흥분과 전율, 그리고 그들의 의지와 좌절 등을 담고 있는데, 이런 형식으로 그들이 스페인내전에서 어떤 생각을 했고, 어떤 곳에 있었고, 어떻게 싸웠는지를 기록한 책은 처음이다.
3년에 걸친 스페인 내전은 2차 세계대전의 전초전격인 국제 전쟁이다. 프랑코 장군의 파시즘 군부세력을 돕기 위해 독일과 이탈리아가 지원을 하고, 좌파인 인민전선정부를 지원키 위해 스탈린의 소련이 참전함으로써, 그 규모와 이념성에 있어 2차 세계대전 첫 전쟁의 의미를 지니는 국제전쟁으로 자리매김 된다.
교회와 대지주, 그리고 대자본의 지지를 얻은 프랑코 장군의 파시스트 세력은 여러 면에서 막강했다. 이를 방치해 스페인 공화파 정부가 붕괴하면 파시즘 우파이념이 전 세계적으로 확산될 것이다. 이에 국제적인 좌파 연대조직이 결성된다. 이름 하여'국제여단(International Brigades)이다. 세계 각국에서 남녀를 망라해 모여든 4만 명의 국제여단은 공화군의 일원으로 스페인 내전에 참전케 된다. 이 국제여단에 反파시즘적 좌파성향의 명성 있는 문화예술인들이 가담한다. 조지 오웰, 어네스트 헤밍웨이, 로버트 카파, 존 도스 파쏘스, 존 콘포드 등이 그들이다.
조지 오웰은 '카탈로니아 찬가(Homage to Catalonia)'에서 "1936년 7월 18일 전쟁이 발발했을 때, 유럽의 모든 反파시스트들은 희망적인 스릴을 아마 느꼈을 것이다"며, 자신의 스페인 내전 참전 당시의 심정을 가벼운 흥분감과 함께 전하고 있다. 反파시스트라는 이념도 그렇겠지만, 스페인 그 자체를 사랑해 참전한, 말하자면 다분히 낭만적인 심정으로 전장을 마다하지 않은 인사도 있다. 투우경기에 환호를 보내며 "스페인은 진정 낮 익은 곳이다"고 좋아했던 헤밍웨이도 그들 중의 한 명이다.
그러나 이들은 곧 이 전쟁에 식상하는데, 저자인 헤이콕(David Boyd Haycock)은 이 점을 잘 부각하고 있다. 공화파연립정부의 부패와 무능력이 그들 전쟁참전의 당위성을 약하게 만든다. 1937년 1월 스페인에 도착한 오웰은 진정한 스페인 노동자들이 바라는 민주주의에 인상을 받는다.
그러나 곧 그는 공화연립정부 내의 공산주의자, 트로츠키파, 무정부주의자들 간의 내분이 공화파의 이념과 이상에 대한 방해공작의 일환임을 깨달으면서 전쟁에 회의를 갖는다. 도스 파쏘스는 그의 친한 친구가 잘못된 스파이 혐의로 처형된 것을 혐오하면서 전투를 포기한다. 이를 나무라던 헤밍웨이도 포격 속의 마드리드에서 쓴 희곡 '더 핍쓰 칼럼(The Fifth Column)'에서 스페인을 죄 없는 사람이 실수로 처형당하는 악몽의 곳으로 묘사한다.
헤이콕은 이 책을 통해 이들 당대의 문화지식인들이 전쟁의 참화 속에서 목격하고 겪은 비인간성과 도덕성의 상실, 그리고 '현실정치(realpolitik)'의 실상에 대한 고통스러운 환멸과 그들의 무력감을 잘 기록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이 책에 대한 비판도 만만찮다. 팩트의 정확성 등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스페인 내전 전문가로 프랑코 전기를 쓴 폴 프레스턴은 데일리 메일에 기고한 리뷰에서 "헤이콕은 스페인 내전에 대한 보다 넓은 맥락에서의 이해와 사실의 정확성을 다소 도외시한 측면이 있다"고 논평했다. 예컨대 걸출한 공산주의 연설가였던 라 파시오나리아의 연설은 책에 기술된 대로 1934년이 아니고 1936년이며, 프랑코 측의 파시스트 팔랑헤黨이 대규모 대중 집회를 가진 것도 내전 전인 1933년이 아니고 1936년으로, 이는 스페인 내전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와 통찰력의 부족이 아닌가고 지적하고 있다. 저자인 헤이콕은 영국출신의 넌 픽션 작가로, '폴 내쉬' '모탈 코일' '어 크라이시스 오브 브릴리언스' 등을 썼다. (영국 Old Street Publishing 刊, 400 페이지, 양장본 17.50 파운드)
'book review' 카테고리의 다른 글
<졸다텐(Soldaten)> - 나치 독일병사들은 2차대전과 홀로코스트와 무관한가? (0) | 2021.01.14 |
---|---|
<The Hungry Ear> - 먹거리에 바치는 맛있는 앤쏠로지 (1) | 2020.12.16 |
프랑스 여인들의 ‘홀로코스트’ 피의 기록 - '아우슈비츠의 여자들(A Train in Winter)' (0) | 2020.08.13 |
친구의 수필집 '거기 행복이 있었네' (2) | 2020.08.09 |
"Hello! from the heaven" - '死者와의 통신' (1) | 2020.07.25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