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산 친구 아버님의 옛 카메라, Zeiss Ikon Contax II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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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산 친구 아버님의 옛 카메라, Zeiss Ikon Contax IIIa

by stingo 2021. 2. 11.

어제 마산에 있는 친구와의 모처럼의 통화.

이런 저런 얘기를 주고받다가 친구 진현이가 각중에 이런 말을 한다.

 

니 일마, 옛날 카메라 마이 알제? 우리 집에도 한 대 있다.

 

주변에서 이런 얘기들을 많이 듣는다.

당연히 집안 어른, 그러니까 아버님이나 드물게 할아버지가 쓰시던 카메라들이다.

그런데 얘기를 해 보면 대부분 옛날 일제 카메라가 많다. 그래서 물었다.

 

일제제?

아이다. 콘탁스로 이름이 적혀있다.

 

어라, 그러면 얘기가 다르다. 콘탁스는 독일제이기 때문이다.

내가 그렇게 물었던 건, 카메라의 가치와 관련돼있기 때문이다.

각박한 얘기 같지만, 통상 집에 오랫동안 있었던 이른바 '장농표 카메라'에 대해

궁금해하는 건 무엇보다 지금 시세로 가격이 얼마나 나갈까 등 그 가치에 관한 것이다.

당연히 독일제 옛 카메라가 일본제보다 훨씬 가치가 나간다.

 

통화 얼마 후 친구는 그 카메라를 사진을 찍어 보내왔다.

 

사진을 보았다. 금방 알 수 있었다.

그 카메라는 독일 짜이스 이콘(Zeiss Ikon)의 콘탁스 카메라로, 모델명은 Contax IIIa였다.

1950년 짜이스 이콘이, 라이카(Leica)의 35mm 카메라에 필적하기 위해

기존의 콘탁스를 임푸르브(improve)해 출시한 회심의 모델이었다. Contax IIa도 그 시기 출시됐다.

Contax IIIa에는 당연히 라이카에 없던 노출계(selenium meter) 등 여러 기능이 추가됐다.

이 카메라는 두 가지 모델이 있는데, 컬러 다이얼과 블랙 다이얼 모델로, 전자가 가치가 높다.

친구가 갖고있는 콘탁스는, 사진으로 보아 컬러 다이얼이다.

Contax IIIa에 매칭되는 표준 50mm 렌즈는 통상 두 종류다. 테사(Tessar)와 조나(Sonnar).

친구의 콘탁스 카메라에는 조나가 장착돼 있었다. 푸른 색 코팅이 시퍼렇게 살아있는 조나 렌즈였다.

물론 직접 보기 전에는 정확한 사양을 말 할 수는 없지만, 일단 사진으로 보아 그렇다는 것이다.

친구 진현이의 콘탁스 카메라는 일습(outfit)인 것으로 보인다. 오리지널 가죽케이스에 필터, 그리고 렌즈 캡까지 있으니.

 

친구는 당연히 카메라의 가치에 대해서도 물었다.

70년 전의 카메라를 지금의 기준으로 따지기가 애매한 측면이 있다.

친구 카메라가 한창 명성을 떨치고 있었던 무렵은 역시 1950년대일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수집가들 사이에 우스개로 재미있는 말들을 하곤 한다.

그 당시 시세로 인사동 집 한채 값이었다는 것.

물론 과장이 썩인 우스개 소리였지만, 그만큼 비싸고 귀했다는 얘기도 된다.

그 정도로 값이 나가는 카메라로, 당시 한국에서 그 카메라의 소지 여부는 부(富)의 척도이기도 했다.

물론 지금은 그렇지 않다. 또 디지털 시대인 만큼 아날로그 필름카메라의 가치는 상대적으로 많이 낮다.

이즈음 올드, 혹은 클래식 카메라의 가격에 대한 기준으로 글로벌 경매사이트인 이베이(eBay)를 많이 참조한다. 이베이 시세로 Contax IIIa에다 Sonnar가 달린 카메라의 경우 300 달러 정도다.

물론 상태에 따라 다르다. 모든 기능이 작동하고 외관에 흠이 없으며, 렌즈도 깨끗하다면 6-700 달러 이상도 나간다.

 

친구는 이 카메라가 오래 전에 별세하신 아버님이 쓰시던 것이라고 했다.

1950, 60년대 친구 아버님이 이 카메라를 갖고있었다는 건 친구 집이 부자였다는 걸 증명하는 것이다.

그건 친구도 부정하지 못할 것이다. 옛날 중학교 다니던 시절, 자산동인가 향원다방 위에 있던 진현이 집에 널찍한 탁구장이 있어 같이 탁구를 친 나의 기억도, 친구 진현이 집이 부자였다는 사실의 한 단면일 것이다.

진현이 아버님은 당시 마산의 주류업계를 대표하는 어르신이셨다.

 

친구가 보내 준 그 카메라 사진에 카메라의 셀프타이머 위치가 작동상 잘못돼 있었다.

진현이 더러 바로 잡아라 했더니 알았다!고 했다. 바로 잘 잡았는지 모르겠다.

셀레늄 노출계가 살았는지, 죽었는지도 사진으로만 봐서는 모르겠다. 마산가면 한번 보고 손질을 해 줘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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