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사촌동생이 귀한 사진 한 장을 보내왔다. 내 어머니의 가족사진이다.
그러니까 외할머니와 어머니의 오빠, 동생들인 이모. 외삼촌의 어릴 적 모습을 담은 사진이다.
사진을 찍을 무렵이 일본으로 전 가족이 들어가기 전이라고 하니, 대략 1940년대 초 쯤이겠다.
나 어릴 적 사랑을 듬뿍 주셨던 외할머니의 젊었을 적 모습은 이 사진이 처음이다.
외할아버지 돌아가시고 고만고만한 어린 자식들을 먹여살리랴 공부시키랴
갖은 고생을 다 하신 외할머니다.
사진 속의 외할머니는 젊은 아낙의 모습이신데, 힘든 생활에 지친 수심이 얼골에 가득하다.
왼쪽 끝이 내 어머니다. 교복 같은 걸 입은 게 아마도 소학교에 다니던 당시가 아니었던가 싶다.
올해 92세인 어머니를 갓 십대 무렵의 저 모습에 대입을 시켜보려니 눈물이 나려한다.
어머니는 세째 딸이었는데, 지금 유일하게 생존해 계신다.
나머지 오빠, 언니, 동생들은 오래 전에 이미 세상을 뜨셨다.
외할머니는 1980년 대 돌아가시기 전 큰 외삼촌(둘째 줄 가운데)을 앞세웠는데,
당신의 임종 때까지 그 사실을 숨기려 모두들 노심초사했던 그 때의 그 기억이
저 사진을 보니 가슴을 저미게 한다.
오른 쪽 끝이 우리들이 '일본 이모'라고 부르던 큰 이모님이다.
1980년 후반까지 당시 서울 도곡동 우리 집을 왔다갔다 하셨는데, 그 이후로 나는 소식을 모른다.
어머니로부터 돌아가셨다는 얘기는 들었다.
대구에 계신 어머니도 이 사진을 보고계실 것이다.
추억과 함께 많은 생각을 하고 계시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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