맙소사, 저 여자가 소피아 로렌이라니...
엊저녁 넷플릭스 영화 한편을 보다 깜짝 놀랐다.
'자기 앞의 생'이라는, 눈에 익은 제목에 이끌리어 그 영화를 보다
시작 부분에서 그 소피아 로렌을 마주한 것이다.
처음엔 긴가민가했다. 저럴 수가 없다.
그러다 1934년 생, 그러니까 그녀의 나이가 올해 87세라는 사실을 감안해야 했다.
하지만 늙고 병들고 홀로코스트 트라우마에 찌들려 사는 배역이라 그런지
좀 너무 괴상망측한 몰골이었다.
우리 세대에게는 소피아 로렌에 대한 추억이 많다.
1960년대 한창 사춘기 무렵, 그녀가 나오는 영화는,
그녀와 그 영화 속 장면 모두 우리의 로망이었다.
'엘 시드'도 그랬고 '해바라기'도 그랬다.
그런 그녀가 지금은 늙었고 그녀의 전성시대도 지나갔다.
다만 흘러간 영화들을 통해 그녀를 추억 속에 담아놓은 뿐이었다.
그런데 엊저녁 그 한편의 영화에서 본 소피아 로렌은,
아무리 배역이 그렇다 할지언정 사실 충격적이었고 많은 걸 생각케 했다.
하지만 영화는 영화일 뿐이고 세상은 다들 그렇게 돌아가고 있는 것 아닌가.
영화의 스탭진을 보았더니 감독이 그녀의 아들인 에도아르도 폰티다.
로렌의 남편은 카를로 폰티(1912-2007)다.
1960년대 후반 소피아 로렌과 카를로 폰티가 사랑에 빠졌고 결혼으로 이어졌다.
에도아르도는 그 아들이고 아버지의 뒤를 이어 감독이 됐고,
2020년 엄마인 소피아 로렌을 위해 에밀 아자르 원작소설 '자기 앞의 생'을 연출했다.
영화가 중반을 지나고 끝날 무렵에는 그 모습의 소피아 로렌에 빠져들어 갔다.
늙고 추한 모습이지만, 주변의 인간을 감싸고 사랑하고 배려하는 따뜻한 마음이 느껴지는 크고 충만한 연기.
역시 소피아 로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쩔 수 없이 나는 소피아 로렌의 팬이다.
늙음을 탓할 수는 없다. 나도 늙었는데, 소피아 로렌이라고 별수 있을 것인가.
그저 세월이 무상할 따름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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