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사진들이 가끔씩 책갈피에서 나온다. 물론 아날로그 필름사진이다. 어제 우연히 책을 뒤적이다 나온 사진에 대한 기억은 가물가물하다. 내 이름이 적혀진 비닐커버에 들어 있었는데, 예전 친구들과 함께 다닐 적 사진을 담당하던 친구가 꼼꼼하게 챙겨준 것이다.
아마도 2000년 아니면 2001년일 것이다. 통영을 거쳐 사량도에 가서 찍은 것들이다. 사량도는 물론 지리망산을 오르기 위해 간 것이었다.
그 때의 기억이 있다. 지리망산은 해발로 따져 400m도 안 되는 산이다. 하지만 결코 만만하게 볼 산이 아니었다. 바다 위 섬 한 가운데 있는 산이니 기점 0의 400m이다. 그러니, 땅에서의 높이와는 엄청난 차이가 있다. 산세도 험하다. 암장이 많아 곳곳에 철사다리를 설치해 놓았다.
오르기에 아슬아슬한 철사다리 길인데, 이어지는 이런 철사다리 길을 연이어 오르면서 애를 먹었던 기억은 명료하다. 지리망산이라는 이름은, 산 정상에서 지리산이 보인다 해서 지어진 것이라는데, 정상에서 지리산을 봤는지 안 봤는지는 모르겠다.
어디 노천식당에서 라면을 먹고있는 사진이 있다. '안사람'들이 바리바리 준비를 많이 해 먹을 것이 많았는데, 왜 나는 라면을 저리도 허겁지겁 먹고있는지 알 수가 없다.
아, 그렇구나. 내 아내는 그 때 나랑 같이 가질 않았었지.
통영에서 사량도로 가는 배안에서 찍은 사진도 있다. 친구가 스냅으로 찍은 내 모습은 20년 전 그 때나 지금이나 많이 닮아있다. 뭘 그리 심각해 하는지. 하기야 걱정이 많던 시절이다.
신문사를 나와 뭘 어떻게 먹고 살 것인지를 고민하던 때이기도 했고.
말끔한 입성과 표정으로 가로지리로 서서 사진을 찍은 건 아마도 지리망산 산행 후가 아닌가 싶다. 20여년 전, 우리들은 많이도 어울려 다니고 많이도 마시고 많은 얘기들을 나누웠다. 지금들은 그렇고, 그렇지않고의 처지가 많이 갈린다.
저 가운데 한 친구, 이주흥 변호사는 이 세상에 없다. 사진을 보니 그 친구가 그립다. 며칠 전 꿈에 나타났었다.
'memory' 카테고리의 다른 글
더운 날, '고래돝섬'의 어떤 추억, 그리고... (0) | 2021.06.23 |
---|---|
'The Sound of Silence' in my 1970s (0) | 2021.05.11 |
1960년대 초 어릴 적 馬山에서의 '놀거리'들 (2) | 2021.04.02 |
回想의 北漢山 진달래 (0) | 2021.03.21 |
'원미동사람들'의 소설가 梁貴子 (0) | 2021.03.17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