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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친구들이 많다.
고등학교 때부터 마시기 시작한 술이니 연륜도 길고하니 그럴 것이다.
아무리 술친구들이 많아도 결국 유유상종이다.
마음에 맞고 술버릇도 비슷한 친구들과 자주 마신다는 얘기다.
술에 까다로운 친구들도 꽤 있다.
마시자는 일자와 시간 잡는 것도 그렇고 장소에도 유난히 까탈스러운 것이다.
젊었을 때는 그런 유난스런 친구들과도 잘 어울려 마셨지만,
이제 나이가 들어가니 그런 친구들을 은근슬쩍 피해 마시는 것도 습성이 돼 간다.
반면에 꿍짝이 맞는 친구들도 많다.
함께 즐겁게 마시던 그런 친구들 중에 몇몇은 세상을 떴다.
박 진이라는 친구가 가끔씩 그리울 때가 많다.
국민학교와 중. 고등학교를 같이 다녔던, 서양화 전공의 친구다.
집이 부유했다. 그래서 그 친구로부터 고등학교 때부터 좋은 술 많이 얻어 마셨다.
1980년대에 광고사업을 하면서 충무로 사무실이 내 직장과 지척같은 거리였다.
퇴근해 건널목 하나만 건너면 친구 사무실이니 얼마나 자주 어울렸겠는가.
그렇게 해서 한 10년을 같이 마셨다.
충무로 걸리 술집들에서 친구와 나를 모르면 간첩이라는 말이 나돌 정도였다.
그러던 친구도 결국은 술 탓으로 건강을 잃어 50대 후반 나이에 세상을 떴다.
막판에 시력을 잃고 더듬더듬 내 손을 잡고 하던 친구 말이 생각난다.
“친구야, 술 맛있게 먹거라. 니 하고의 그 시절이 그립구나…”
어제 광화문 ‘광화문 '부민옥'에서 같이 마신 이인영 사장도 나의 오래 된 술친구다.
눈빛만 맞추고는 이건 것 저건 것 따질 것 없이 같이 마시는 사이다. 주량도 세다.
중국에서 사업을 하고 있는데, 코로나 백신 접종으로 잠깐 들어와 있는 와중에 만났다.
‘부민옥’은 양 무침을 잘 한다. 어제 나온 양 무침은 예전에 비해 양도 푸짐하고 흡사 꽃처럼 예뻤다.
다른 친구 둘을 포함해 네 명이 마셨는데도 양 무침 안주 하나로 소주 7병을 비웠다.
양 무침 안주 하나로 버틴 것은 물론 양도 많은 탓이기도 했지만, 돈 '만원'의 힘이 컸다.
서빙하시는 아주머니에게 만원을 드렸더니 막 나온다.
선지국도 푸짐하게 계속 리필해주고, 양 무침도 데푼다고 가져가더니 은근슬쩍 고기를 더 끼어서 갖다준다.
잘 마시고 잘 취했다. 마음에 맞는 친구들이라 그랬을 것이다.
그런 기분들로 세종문화회관 뒤에서 2차를 하고 광화문을 헤졌고 돌아다녔다.
친구들을 보내고 나는 서촌 흰당나귀에서 보드카로 마무리했다.
딱 2주 만의 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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