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기의 힘이 대단한 걸 실감한다.
매일 새벽 걷는 길에 마주치는 할머니 한 분이 계신다.
두어달 전 처음 봤을 때는 거의 부축하지 않으면 안 될 정도의 걸음걸이로,
허리 수술의 심한 후유증으로 보였다. 지팡이를 짚고 걷는데,
지나칠 때는 혹시 쓰러질까 걱정되는 몹씨 불안한 걸음걸이였다.
그러면서 매일 보는데, 한 일주일 전부터는 걸음걸이가 많이 나아진 것을 볼 수 있었다.
그런데, 오늘 보니 거의 완연한 활보 수준의 걸음걸이다.
지팡이도 짚지 않고 손에 든 채 걷고 계셨다.
뒤따라 걷는 내 마음이 웬지 즐거웠고 뒤따라 걷고 싶었다.
그 할머니를 쫄쫄 뒤따라 걷다가 이런 촌극도 일어났다.
돌아가는 지점 부근에 그 할머니의 지인 되시는 분이 할머니를 기다리고 있었다.
내가 그 할머니의 뒤를 따라가니 그 분이 나를 그 할머니의 영감으로 본 모양이다.
대뜸 "할아버지이셔?"하며 그 분이 할머니에게 묻는다. 그러면서 나에게 목례를 보내는 듯 했다.
할머니가 뒤를 돌아 나를 보더니 당황해 하신다. 그러면서 손사레를 쳤다.
졸지에 내가 그 할머니의 영감이 될 뻔한 것이다.
아무렴 그렇게 오해하면 어떤가.
나는 그 할머니가 건강하게 걸으며 건강을 회복하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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