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 전 대통령이 23일 별세했다고 한다.
그의 죽음은 살아있을 때와 마찬가지로 이런 저런 소음과 잡음을 일게 한다.
고인에 대한 특정층의 극히 부정적인 평가도 그렇고, 조문을 서로 가지 않겠음을 공개적으로,
경쟁적으로 중인환시리에 떠들어대는 정치권도 그렇다.
나는 전두환 전 대통령에 대해 솔직하게 말해 잘 모른다.
심적으로 어떤 나름의 평가가 있는 것으로 늘 생각은 하고있지만,
막상 드러내고자 하면 할 말이 없어진다. 그러니 모른다는 말이 맞을 것이다.
그저 언론에서 떠들어대니까 그러려니 한다.
하지만 나더러 단답형, 그러니까 고인을 좋은 대통령, 아니면 나쁜 대통령이라고 묻는다면
나의 대답은 분명하다. 좋은 대통령이었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왜 좋았냐고 묻는다면 역시 나는 할 말이 없다.
딱 한마디 덧붙인다면, '그때의 대한민국에 맞는'이라는 전제다.
그러니까 말하자면 '그때의 대한민국에 맞는, 좋은 대통령이었다'는 게 내 생각이라는 것이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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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두환 전 대통령의 별세와 관련한 이런저런 소식을 접하면서,
문득 고인과의 생전의 인연이 떠올려졌다.
동시대를 살았었기에 누구나 가질 수 있는 소소한 인연이라지만,
막상 고인이라 생각하니 새삼 좀 애틋한 느낌으로 다가온다.
첫째, 보병 1사단 출신이라는 것.
나는 1975년 11월 제대할 때까지 1사단사령부 통신보급대 서무병으로 근무했고,
전 대통령은 그 후 1사단장을 역임했다. 물론 시기적으로는 다르다.
전 대통령은 내가 모셨던 김봉수 장군 후임 아니면 그 다음 사단장으로 재직했다.
한미합동 CPX 훈련 등 때 G4 통신상황병으로 사단장을 많이 접할 수 있었었기에,
전 장군이 좀 일찍 1사단장으로 왔더랬으면 만나볼 수 있을 개연성은 충분히 있었다.
둘째, 이건 전 대통령이 나의 진로를 막은 것이니 일종의 악연이다.
1979년 초 판문점 남북대화관련 프로젝트의 일원으로 선발됐다.
다니던 회사에 사표를 낸 채 신원조회 준비를 하다 10.26사태를 맞았다.
하지만 그 프로젝트는 진행됐고 최규하 대통령도 재가를 했다.
그러다 전두환 대통령이 중앙정보부장 서리가 되면서 그 프로젝트는 무산됐다.
전 대통령이 결제를 하지않은 것이다. 그때 그 프로젝트가 예정대로 추진됐더라면,
나의 향후 진로도 많이 달라졌을 것이다. 하지만 이건 말도 안 된다.
만일 10.26이 없었더라면 이라는 가정과 같은 것 아닌가.
세째, 전두환 대통령이 1980년대 말 백담사로 유배아닌 유배로 들어갔을 때,
그 지역에서 순간적으로 한번 뵌 적이 있다.
당시 나는 한창 설악산에 미쳐있을 때다.
대청봉을 내려와 수렴동산장에서 백담사를 거쳐 용대리로 걸어 나오면서 차량행렬을 만났다.
직감적으로 전 대통령 차량행렬이라 생각하고 시멘트 도로 한편으로 비켜 서 있을 때
내 앞을 지나가던 까만 차에 전 대통령이 예의 근엄한 표정과 자태로 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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