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새벽 외신관련 SNS에 세기의 미남으로 일컬어지는 알랭 들롱의 얼굴이 떴다. 86세 노년의 알랭 드롱이었지만, 그의 모습은 여전히 정감스러우면서도 묵직했다. 그런데 웬 새벽부터 그가 외신을 장식하고 있는 것인가라는 생각에 뉴스를 읽어보니 놀라운 일이었다.
그것은 알랭 들롱이 안락사(euthanasia)를 결정했다는 것이다. 노년에 접어든 알랭 들롱을 근자에 영화에서 보기는 쉽지않은 일이니 그를 좋아했고 그의 근황에 대해 궁금해하던 세계의 많은 팬들로서는 놀랄만한 뉴스가 아닐 수 없을 것이다.
한편으로 객관적인 뉴스 측면에서 불평의 지적이 나올 수도 있겠다. 알랭 들롱이 안락사를 한 것도 아니고 그것을 '결정'했다는 뉴스이니 말이다. 하지만 세기의 미남배우인 만큼 그런 결정 자체 또한 빅뉴스라 봐도 무방하지 않겠는가 하는 반론도 나올 수 있겠다.
아무튼 알랭 들롱의 안락사 결정과 관련해 자초지종을 읽어보니 그의 안락사 결정 배경 또한 의미심장한 그 무엇이 있다. 알랭 들롱이 지난 2019년 스위스에서 뇌졸중 수술 후 공개적으로 안락사에 찬성한다는 입장을 견지해 왔었고 그의 아들인 앙토니 들롱 또한 아버지의 뜻을 존중하고 있다는 점에서다.
앙토니는 이와 관련하여 현재 스위스에서 알랭 들롱의 마지막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알랭 들롱이 1999년 스위스 국적을 취득한 이래 노년을 스위스에서 보내고 있으며, 재산 또한 모두 정리한 것도 그의 안락사 결정의 한 배경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현재 세계에서 안락사를 인정하고 있는 유일한 나라가 스위스이기 때문이다.
외신은 알랭 들롱이 안락사와 관련해 지난 해 가진 인터뷰를 소환하고 있다. 알랭 들롱은 인터뷰에서 "안락사는 가장 논리적이고 자연스러운 일"이라며 "특정 나이, 특정 시점부터 우리는 병원이나 생명유지 장치를 거치지 않고 조용히 떠날 권리가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알랭 들롱이 안락사를 결정한 것에는 아무래도 2019년에 온 뇌졸중이 이유인 것 같다. 그는 뇌졸중 수술 직전 "나이가 든다는 건 끔찍하다"며 우리는 나이라고 불리는 것에 대해 아무 것도 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의 말, 특히 나이 먹는다는 것에 "끔찍하다"한 것이 여운을 남긴다.
세기의 미남으로 불리면서 전 세계적으로 많은 시선을 끌었던 알랭 들롱으로서는, 나이가 들어 늙고 추해져 가는 자신의 모습에 쏠려질 시선을 끔찍해하며 두려워하고 있었던 게 아닌가 싶은 생각마저 들게 한다.
알랭 들롱이 스스로 죽음을 택하는 안락사 결정으로 안락사에 대한 관심이 다시 고조될 가능성이 점쳐진다. 안 그래도 지구촌이 코로나 팬데믹의 와중에서 존엄한 죽음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시점이라는 점에서 그렇다.
안락사 문제에 세계적인 관심이 한 차례 고조됐던 건 2018년이다. 그 해 5월 당시 104세의 호주 과학자인 데이빗 구달(1914-2018; David Gudall) 박사가 스스로 안락사를 택해 스위스 바젤에서 생을 마감했기 때문이다. 구달 박사는 당시 "나의 삶의 질이 악화되고 있다. 이를 벗어나기 위해 나 스스로 존엄한 죽음을 택하겠다"며 호주를 떠났고, 안락사 시술병원인 '라이프 서클(Life Circle)'이 있는 스위스 바젤에까지 이르는 '죽음의 여행'에 전 세계는 관심을 표하면서 안락사 논쟁의 불씨를 지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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