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의 歌曲 '동무생각'과 '청라언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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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의 歌曲 '동무생각'과 '청라언덕'

by stingo 2022. 4. 22.
 
 
 
4월, 무르익어 가는 봄의 한 가운데다.
이런 봄날이면 저마다 이런저런 春情과 더불어 흥얼거려지는 봄노래가 있을 것이다.
가장 많이 듣고 불리어지고 있는 봄노래 중에 '동무생각'이 있다.
중학교 시절 배울 적에는 '동무생각'의 한자어인 '사우(思友)'가 제목이었는데,
언제부터인가 '동무생각'으로 됐고, 이제는 이 게 더 익숙해졌다.

 

"봄의 교향악이 울려 퍼지는/청라언덕 위에 백합 필적에..."로 시작되는 가곡풍의 이 노래엔 사연이 있다.
4절로 이뤄진 노래 가사를 찬찬히 음미해보면 그 것을 알 수가 있다.
노래의 사연과 관련해 제일 많이 알려진 것으로는 작곡가인 박태준 선생의 학생시절 사랑 얘기다.
대구 계성학교 시절, 같은 개신교 계열의 신명학교에 재학 중인 한 여학생을 좋아했지만,
내성적인 성격 탓에 말 한마디 못한 채 졸업 후 일본으로 유학을 떠나버린
그녀를 못 잊어 하며 만든 노래라는 것이다.

 

사연이 이러니 이 노래는 사랑얘기도 있지만, 노래의 고향이 대구라는 등식으로 된다.
대구와 대구시민이 이 노래를 자기 고장의 노래로 여겨 기념하고 기리는 것은 당연하다.
특히 이 노래에 나오는 '청라언덕'과 관련해, 박태준이 다녔던 계성학교 인근,
푸른 담쟁이로 뒤덮인 옛 선교사자택과 東山 일대의 언덕을 '청라언덕'으로 명명해 노래비까지 세웠다.
'청라'가 푸를 靑, 담쟁이덩쿨 蘿라는 근거도 대고 있다. 또 박태준의 삶과 음악,
그리고 사랑을 스토리텔링化 해 창작오페라까지 만들어 정기적으로 공연도 하고 있다.

 

사연이 이러니 이 가곡의 근원이 그저 그런 줄로만 알았다.
그러나 그 게 아니라는 주장이 뒤늦게 나온 적이 있다.
노랫말 속의 '청라언덕'이 대구에 있는 게 아니고 마산에 있다는 것,
그러니 이 노래의 근원은 마산이라는 주장이 마산 사람들 쪽에서 나왔던 것이다.
 
 
이 노래의 글을 쓴 이는 노산 이은상 선생이다. 이은상은 마산 사람이다.
이은상이 살던 마산의 고향마을 뒷산이 노비산이다. 봄이면 쑥이 지천으로 그 산을 덮는다.
파란 쑥이 피어있는 그 산과 언덕을 이은상은 '청라언덕'이라 했고,
고향의 그 산 언덕과 쑥 캐는 처녀들을 그리워하며 노랫말에 담았다는 것이다.
물론 여기에도 근거가 있다. 푸를 靑은 같지만, 담쟁이넝쿨 蘿가 아니라 쑥 蘿라는 것이다.
문제는 '蘿'자인데, 네이브 옥편을 보면 그 첫 뜻은 쑥으로 나온다.
담쟁이덩쿨은 일곱 번째 뜻으로 나온다. 그러니 쑥 蘿가 설득력이 있기는 있다.

 

이 노래가 대구에 관련돼있지 않다고 주장하는 근거는 또 있다.
가사 2절에 "더운 백사장에 밀려 드-는 저녁 조수 위에..."와 "저녁 조수와 같은 내 맘에..." 부분이다.
백사장이니 조수니 하는 단어는 바다와 관련된 것이다. 그런데 대구에 바다가 있는가.
그러니 이 노래는 마산을 생각하고 만들어진 것이라는 것이다.
이런 문제 제기를 한 마산 사람들은 이와 관련해 공식적인 토론회도 가졌던 바 있는 것으로 기억한다.
마산사람들이 펼친 이런 주장이 지금은 어떻게 됐는지는 잘 모르겠다.

 

우리 모두가 아끼고 좋아하는 아름다운 이 봄 노래는
최초의 한국가곡으로 국민애창곡이 된지 이미 오래다.
수 많은 가곡 중에서 지금까지 우리나라 음악교과서에 단 한 번도 누락된 적이 없이 계속 실린
유일한 가곡이 바로 이 '동무생각'이다. 이런 노래에 이런 논란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다.
사실을 밝히는 것도 좋다. 하지만 노래를 만든 분들이 이 세상에 없는 지금,
그게 무슨 일도난마처럼 가려질 수 있을까하는 생각이다.

 

그곳이 대구면 어떻고, 마산이면 어떤가.
아니면 전국의 모든 나지막한 언덕을 '청라언덕'이라고 하면 어떤가.
그곳이 어디이든 나름대로 독자적인 스토리텔링으로 멋지게 가꿔
노래를 더욱 더 정서적으로 다감하게 살려나가는 게 더 좋을 듯싶다.
이런 관점에선 대구사람들이 일단 '先手'를 쳤다는 측면이 있다는 점에서
문화적 수준과 감각이 상대적으로 돋보인다.
 
 
마산 사람들의 문제제기는 뒤늦은 감도 있지만, 대구사람들이 박태준을 기리는 것처럼,
마산이 이은상을 그렇게 기리고 있는지를 우선 반문해봐야 하지 않을까 싶다.
 
 
 
 

 

 

 

 

대구의 '청라언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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