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화상1 자화상(自畵像) 지하철. 내가 앉은 자리 바로 앞에 내 또래의 젊잖게 생긴 어떤 분이 서서 간다. 그 곁, 그러니까 출입문 곁에 또 비슷한 또래의 어떤 분이 서서 간다. 열차는 가고 있는데, 내 앞에 선 분이 출입문 곁의 그 사람을 보면서 자꾸 헛기침을 한다. 출입문 곁의 그 사람은 무슨 일인지는 몰라도 차 천정만 무심히 바라보며 가고 있다. 얼마 쯤 갔을까, 앞에 서 계신 분이 무슨 말을 한다. "저~기 거기가 열렸어요." 무슨 말인가 싶어 바라다보니, 그 분은 같은 말을 또 한번 한다. 출입문 곁의 사람에게 하는 말이었는데, 그 사람은 그 말을 알아채지 못한 것이다. 또 한번, 이번에는 그 사람에게 손짓을 하며 말한다. 출입문 곁 그 사람의 바지 앞 지퍼가 열려있었던 것이다. 그 사람은 황급히 지퍼를 올리고 고개를 .. 2021. 8. 26.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