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人이 된 친구는 나무로 되살아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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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人이 된 친구는 나무로 되살아난다

by stingo 2022. 10. 19.

강원도를 여행 중인 외사촌 매제가 오늘 아침 사진을 보내왔다.

잘 자란 소나무를 찍은 사진이다. 웬 소나무?

사진에 것들여지는 메시지가 있었다.

강릉 낙산사에서 찍은 것이라는 것.

뭔가 어떤 감이 느껴지면서 사진을 좀 더 자세하게 들여다 보았다.

그래, 그것이었다. 나의 친구를 기리는 나무였다.

친구는 2006년부터 2년 동안 중앙지법원장을 역임했다.

나무 아래 댓돌에 새겨진 글로 보아,

친구가 임기를 마쳤을 무렵에 심어진 것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그 글에 여러 이름들이 나오는데, 내가 아는 이름은 없다.

하지만 친구를 기리는 이 나무가 낙산사에 심어진 이유를 나는 알만하다.

친구와 잘 알고 지내는 승려 한 분이 계신다.

정념스님이라고, 나도 친구와 몇번 뵌 적이 있다.

봉정암에서도 뵈었고, 낙산사에서 뵈었다.

정념스님은 낙산사 주지를 오래 하셨고, 친구는 그 때 낙산사를 자주 찾았었다.

아마도 그런 연고로 정념스님이 친구를 위한 나무를 그 절에 심었던 게 아닌가 싶다.

나로서는 친구를 기리는 나무가 낙산사에 있었을 줄은 전혀 뜻밖이다.

 

친구는 3년 전에 세상을 떴다.

그런 친구가 홀연히 오늘 나무의 모습으로 나에게 온 것이다.

소나무는 한 여름을 넘겼지만, 여전히 푸르름을 띤 건강한 모습이다.

건강할 적 친구의 모습을 보는 것 같다.

그러고보니 친구의 흔적은 이제 나무로 남아가면서 새삼 다시 살아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오늘 본 낙산사의 소나무도 그렇지만,

친구를 기리는 나무는 또 있다.

서울 성북구에 있는, 오래된 가람인 흥천사에 심겨져 있는,

친구를 추모하는 ‘추모목’이 그것이다.

올해 3월인가, 친구의 3주기를 맞아,

친구의 영가가 모셔져있는 흥천사에서 친구의 지인들이 심은 것이다.

정념스님은 흥천사 주지도 하셨기에 이 추모목도 아마

정념스님의 배려로 심어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두 곳, 친구를 기리는 나무들에 내 이름은 없다.

나는 모르는, 친구의 법조계 지인들이 뜻을 모아 심은 것이기에 그럴 것이지만,

한편으로 내가 친구에게 무심하고 소홀한 탓도 있을 것이다.

친구는 결국 나무의 모습으로 살아나고 있다는 생각이 다시곰 다시금 든다.

그러면서 친구가 이렇게 나무로 다가오고 있다는 게

마음 한편으로 든든하면서도 새삼 푸근하고 정답다.

친구 가고 3년이 흘러가면서 친구 생각이 많이 난다.

낙산사도 가 볼 것이지만, 그 전에 우선 가까이 있는 흥천사로라도 친구 보러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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