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숭숭한 날들 속의 訃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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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bituary

뒤숭숭한 날들 속의 訃音

by stingo 2022. 12. 3.

요 며칠 사이 명망있는 몇몇 분들이 유명을 달리했다.
개인적으로 털끝 만한 인연을 가진 분도 있다.
그런데 이 소식을 평소와 달리 알음알음으로 알았다.
알기 쉽지 않았다는 얘기다. 나이를 먹으니 신문을 보더라도
부고란을 제일 먼저 보는데 눈에 잘 띄지 않았던 것인가.
최병렬, 유재건, 오태석.
예전 같으면 널리 알려질 만한 분들이 별세한 것이라 신문 한 귀퉁이나따나
오비츄어리(obituary)로 추모될 만한 분들인데,
최병렬 전 의원 빼고 두 분은 소리 소문없이 우리 곁을 떠나버린 것 같다.
이재명이와 민노총 파업 등의 사태로 나라가 뒤숭숭하니
이런 분들의 부음조차도 이런 혼란스러움 속에 묻혀버리는 것이 아닌가 싶다.


최병렬 전 의원 별세 소식에 문득 떠오르는 어떤 분이 있다.
하지만 검색을 해 봐도 나오지를 않는다.
딱 하나 나오는 게 '전 언론인'으로 소개되고 있는 부음기사다.
전규삼 선배. 1990년에 편집국장으로 한 6개월 모신 적이 있는데,
경남고를 나온 전 선배는 최 전 의원과는 대학동기로 두 분은 친구 사이였다.
윤세영 태영건설회장 및 SBS 오너도 동기다.
최 전 의원을 한 번 뵌 것은 그 때 그 시절이다.
두 분, 이제 하늘나라에서 서로들 반갑게 해후하겠다.


오태석 저 분과는 이런 추억의 인연이 있다.
복학한 1976년 경 신촌시장 안 허름한 순대국 집에서 자주 뵈었다.
그때 노래를 잘 하는 한 후배여학생이 가끔씩 합석을 하곤 했는데,
선생이 '초분'이라는 희곡으로 뜨기 시작할 무렵이다.
오 선생은 그 여학생 노래 듣기를 무척 좋아했다.
그러다 다 함께 부르기도 했고.
오태석 선생의 부음을 접하니 그 옛날이 더욱 까마득하게 다가온다.


유재건 전 의원과는 일면식도 없다. 그러나 면모가 많이 익은 분이다.
신사풍의 중후한 외모에 합당한 논리, 그리고 깔끔한 말솜씨로
한 때 우리나라 토론문화의 수준을 높인 분으로 기억하고 있다.
정치계로 입문한 후 이 분의 행적은 기억에 없다.
이 분의 별세 소식은 어제 유튜브를 진행하고 있는
김경재 전 자유총연맹 총재를 통해 들었다.
그때 나는 "아, 그 분!" 이라는 생각이 퍼뜩 들었다.
마치 잊혀졌던 어떤 사람을 만나는 기분이였다.
별세 소식에 만나는 기분을 가지는 것, 모순이 아닌가.

삼가 세 분 고인의 명복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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