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발한 거동이 좀 불편해 집에 누워있으려니, 텔레비전이 동무입니다.
별로 잘 안 보는데, 한 며칠 가까이 하니 재미있는 것도 나오고 해서 계속 켜놓고 있습니다.
오늘 오후에는 흘러간 영화입니다. '사랑방 손님과 어머니.'
이게 언제 적 영화입니까. 1961년에 만들어진 것이니, 자그마치 60년 가까운 세월이 흐른 영화입니다.
그 시절이면 제가 국민학교 4학년이었는데, 그 때 이 영화를 본 기억이 납니다.
스토리를 대충은 알았지만, 그에는 별 신경을 안 썼고,
옥희로 나온 우리 또래 전영선에 관심이 더 많았던 기억이 납니다.
이 영화로 베를린 국제영화제서 상을 탔기 때문이지요.
오늘 다시 한번 보니 추억도 그렇지만, 뜻밖에도 참 좋은 영화라는 생각입니다.
옥희를 내레이터로 스토리와 장면을 풀어 나가는 영화기법은 지금의 영화에 견주어도 손색이 없었습니다.
어찌보면 가벼운 주제인 것이, 자칫 가벼운 느낌을 줄 수 있는 스토리인데도
전반적으로 톤이 묵직한 것이 역시 신상옥 감독이었습니다.
여기에 김진규, 최은희, 한은진, 김희갑, 도금봉, 신영균 등의 연기는 일품이었습니다.
중후함에 당시로서의 모더니티를 더한 김진규도 그렇지만, 최은희의,
젊은 과부로서의 숨겨진 열정과 겉으로의 품위를 동시에 소화해내는 연기는 지금 보니 새삼 감탄이 날 정도였습니다.
기억이 몽롱해져 찾아 보았지요.
지난 2018년 최은희 선생이 타계했다는 제 기억이 맞았으면서도 한편으로 좀 슬펐습니다.
앞에 열거한 출연배우들 중 신영균을 제하고 모두가 이미 이 세상 사람들이 아니라는 것에서
가마득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내 또래였던 전영선이는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을까요.
오늘 토요일 오후 한 나절은 온전히 이 영화와 함께 한 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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