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지갑 분실과 습득, 그리고 ‘하인리히 법칙(Heinrich’s La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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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지갑 분실과 습득, 그리고 ‘하인리히 법칙(Heinrich’s Law)’

by stingo 2022. 11. 1.

이걸 전조라 해야하나. 아침 일찍 불당골로 가면서 항상 지니고 다니는 손바닥 크기의 카드지갑이 오늘따라 자꾸 이상하게 걸리적거렸다. 뭔가 생경하게 느껴지는 것이었는데, 그 이유는 그 지갑이 들어갈 마땅한 주머니가 없었기 때문이다. 오늘따라 왜 이럴까하면서 그러다 점퍼 류의 겉옷 안 쪽에 받쳐입은 쉐타 왼쪽 호주머니가 좋을 것 같아 거기에 집어 넣으려 했다. 그런데 이상하게 잘 들어가지가 않았다. 그 때문에 가던 길을 멈추고 서서 호주머니와 잠시 실랑이를 벌이기도 했다. 잘 들어가질 않는다는 건 꺼집어내기도 불편하다는 것인데, 그래도 거기에 굳이 집어넣으려했던 건 뭐랄까, 일종의 ‘균형’ 때문이기도 했다. 이를테면 왼쪽 주머니에 무엇을 넣었으면 오른 편에도 넣어야 하는 것인데, 겉옷과 바지는 이미 균형을 맞춘 상태였고, 카드지갑 하나만 어디에 넣을까를 생각하다 안 옷 왼쪽 가슴주머니에 넣은 것이다.





불당골 일을 어느 정도 마무리하면 이어서 혼자 하는 게 체력운동이다. 거기 각종 운동시설을 이용해 하는 것인데, 그래봐야 가슴 완력과 다리 운동이다. 몇 주를 계속하니 운동량도 늘고 그에 따른 나름의 효과를 느끼는 것 같아 한 30분 정도 열심히 한다. 마무리 단계로 거꾸로 매달리기를 한다. 발걸이에 발을 끼운 채 누워 기구를 당기면 수직으로까지 거꾸로 매달려지게 하는 운동이다. 그 운동을 10분 정도하면 가뿐해진다. 호흡이 좀 가다듬어진 후 약수터로 가 물을 한 바가지 마셨다.

그리고 한 10여 분 주변을 걸었는데, 어느 지점에선가 뭔가 왼쪽 가슴 쪽 한 구석이 허전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왼쪽 가슴 한 구석? 거기엔 뭔가 들어있어야 할 호주머니가 있는 자리다. 그게 허전하다는 건 들어있어야 할 그 뭔가가 없어졌다는 것 아닌가. 맞았다. 그 호주머니에 넣어놓은 카드지갑이 없어진 것이다. 그럴리가 하는 생각에 몇번을 뒤지고 또 뒤지고, 다른 호주머니들도 탈탈 털어보았으나 카드지갑을 사라지고 없었다. 잃어버린 것이다. 잃어버렸다는 생각과 동시에 그걸 분실한 연후에 일어날 여러 복잡한 일들이 왈칵 머리 속에 들이닥치면서 갑갑해졌다. 우선 신분증. 당장 동사무소에서 몇 가지 증명서를 끊어야하는데 필요한 것인데, 그게 없다면 당장 어떻게 해야 하나. 그리고 신용카드 석 장. 하나는 아내 것인데, 이 거 분실신고는 아내가 해야하는 것 아닌가. 아내는 그러라 하면 짜증을 부릴 것이다. 내 것 두 장도 신고를 해야하는데, 전화번호도 찾아야 하고 등등. 그러면서 한편으로 그 지갑을 어떻게 잃어버린 것인가에 대해 생각을 해 봤다.

안 쪽 쉐타 왼쪽 호주머니에 넣은 건 분명하다. 그 호주머니엔 단추가 없다. 그러니 내가 꺼집어내지 않는 한, 또는 내가 거꾸로 매달리지 않는 상태가 아닌 한 제 스스로 흘러내릴 가능성은 없다. 근데 내가 거꾸로 매달린 상태가 된다면… 그 생각과 동시에 내가 부리나케 뛰어간 곳은 거꾸로 매달리기 운동기구가 있는 장소였다. 지갑이 흘려내려 땅에 떨어졌다면 필시 그 운동기구 주변에 있을 것이다. 샅샅이 뒤지고 찾았다. 그러나 지갑은 없었다. 몇 번을 더 그 주변을 뒤지고 다녔으나 끝내 보이질 않았다. 누군가가 주워갔을 것이다. 그러면 혹여 분실물을 습득해 놓은 장소가 있을 것이다. 체력장을 관리하시는, 다소 안면이 있는 어르신 한 분이 있다. 마침 그 분이 눈에 보였다. 혹시 분실물… 하면서 말을 꺼내자 마자, 그 분 대답이 이랬다. 자신 주워서 공원관리사무소엘 맡겼다는 것. 그렇게 해서 나는 부리나케 관리사무소로 갔고, 거기서 지갑을 찾았다.



지갑을 찾고나서 한 참을 좀 멍하니 앉아있었다. 그나마 다행이라는 안도감과 함께 뭔가 어떤 단어가 생각 속에 머뭇거렸다. 그게 뭐였지, 뭐였지? 결국 생각해 냈다. ‘하인리히 법칙(Heinrich’s Las).’ 이 단어를 떠 올리면서 이 단어가 머리 속에 머뭇거렸던 건 결국 내가 이걸 경험했기 때문이 아닌가 하는 어떤 일말의 일치감 같은 게 느껴졌다. 어떤 일에는 그와 관련된 전조가 있다는 게 이 ’하인리히 법칙‘이라는 것인데, 오늘 아침 일찍 평소와 다르게 카드지갑이 이상하게 걸리적거렸다는 것, 그리고 안 쉐타 왼쪽 호주머니에 집어넣느라 가던 길을 멈추고 한동안 서서 애를 썼다는 것, 그리고 단추없는 호주머니에 그걸 넣어놓고는 거꾸로 매달리는 운동을 했다는 것. 이런 게 결국은 지갑 분실의 어떤 전조가 아니였을까 하는 것이다. 그러고 보니 이 지갑과 관련해서 연계지어지는 한 가지 일이 또 생각난다.

그 지갑에는 원래 도서관출입 카드가 두 장 들어있었다. 국회도서관과 동네 인근의 행신도서관 출입카드인데, 코로나 사태로 사용빈도가 떨어졌어도 계속 넣어다니는 중이었다. 그런데, 어느 날 그 출입카드 두 장이 감쪽같이 잃어버린 것이다. 잃어버렸다기 보다는 사라져버렸다는 게 맞겠다. 카드를 통채 잃어버릴 수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카드 안에 다른 것들과 함께 잘 들어있던 출입카드 두 장만 어느 날 사라버린 것에 대해 나는 몇 날을 그 행방, 혹은 분실했다면 어떤 경우였을까 등에 관해 생각을 해 봤지만 그 원인이나 동기 등에 대해 나름 합당한 결론을 내릴 수가 없었다.

오늘 지갑을 분실했고, 또 그게 다시 찾아진 걸 놓고 가만 더듬어보면서 문득 그 일이 겹쳐 떠 올려진다. 아마도 이 또한 ’하인리히 법칙‘에 연계된 그 어떤 것이 아니었을까 하는데, 관련된 이런 저런 잡다한 생각에 그렇게라도 해서 퉁쳐버리고 싶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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