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쓸쓸한 종잇조각에 당신이 알지 못하는 문자로,
소리를 들어도 알아듣지도 못한 것을 가지고 그대에게 들려주어
슬픔을 막으려 하다니 또한 어리석지 아니하오...
내가 책 보는 것을 좋아하여 자주 밤 늦게까지 이르곤 했소.
당신도 책 읽는 소리 듣는 것을 좋아했는데,
근년에는 당신이 문득 화를 내며 말했었소.
"책 읽는 소리 속에서 누가 돈 한 푼이라도 얻어보았겠소?"
이에 내가 아이를 가리키며 기쁘게 "이 아이가 어찌 책 읽는 소리의 힘이 아니겠소?"
하였으나 당신은 여전히 내가 급제하지 못한 것을 한으로 여겼소..."
조선조 선비 이종휘(1731-1797)가 먼저 간 아내를 위해
지은 '제망실문(祭亡室文)'의 일부입니다.
어제 밤 술 먹고 오늘 새벽 작취미성에 이 글을 보다
문득 잠들어 있는 마누라의 고른 숨소리를 들으며 든 생각,
아무래도 마누라보다 내가 먼저 가는 게 상책이 아닐까 하는 것.
이런 글을 먼저 적지 않기 위해서라도 그렇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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