茶山의 두 딸, 홍연과 홍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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茶山의 두 딸, 홍연과 홍임

by stingo 2023. 1. 30.

어제 우연히 어떤 팟캐스트 방송을 들었는데, 재미있는 내용이 나온다. 다름이 아니라 茶山 정약용의 딸에 관한 얘기다. 이 방송에 이 얘기가 나오고있는 건, 다산의 딸에 관한 얘기가 인스타그램을 포함해 SNS 상에서 새삼 화제를 불러일으키고 있다는 게 그 배경이다. 그렇다면 분명 무슨 이유가 있을 것인데, 그에 관한 언급은 없었다.

내가 알기로 다산에게는 두 딸이 있었다. 한 딸은 정실인 남양 홍 씨 예완에게서 난 홍연과, 다산이 유배지인 강진에서 만난 또 다른 여인으로 소실인 ‘진솔’과의 사이에서 늦둥이로 난 홍임이다. 이 두 딸은 출신 배경이 다르기 때문에 다산의 딸로서 살아간 흔적들이 좀 다르다. 홍연(이 딸의 이름과 관련해서는 여러 얘기가 있는데, 이름이 전해지지 않는 것도 그 중의 하나다. 그렇게 얘기하는 쪽에서는 이 딸의 이름을 그저 ‘나주 丁 씨’로 만 언급하고 있다)은 아버지 다산을 끔찍하게 여겼고, 다산 또한 딸 홍연을 아주 귀여워했던 것으로 다산의 여러 글들에서 전해진다.
그 가운데 한 대목은 다산이 유배를 당해 남쪽으로 내려가면서 가족들과 노량진에서 헤어지는 장면이다. 여기서 홍연이 떠나가는 아버지 다산을 붙들고 그렇게 울었다는 것이다. 그런 살가운 딸 홍연을 위해 다산이 지은 시 한 수가 전해지는데 제하여 ‘어린 딸을 생각하며’라는 뜻의 ‘억유녀(憶幼女)’가 그것이다.
홍연은 다산이 강진에서 유배 중 마재에서 잘 자란다. 혼기가 됐을 때, 혼처를 마련한 건 강진에 있던 다산이었다. 그 혼처가 해남의 고산 윤선도 집안으로, 다산이 성균관 유생시절 해남에서 올라와 친구로 사귄 윤서유의 손자이자 후에 다산의 제자로 공부를 한 방산 윤기정이 사윗감이었다.


다산 외손자, 방산 윤정기의. 필적



조선 말 학자인 방산 윤기정은 다산 학문의 계통을 운위할 때 결코 빠뜨릴 수 없는 인물로, 말하자면 외할아버지 다산의 학문을 체계적으로 정리하는 역할을 함으로써 오늘 날 다산학의 체계를 마련한 인물이다. 윤기정에 의해 토대가 마련됐던 다산학은 그 후 정인보와 최남선으로 그 명맥이 이어졌던 것이다.

홍연은 짦은 삶을 살다간다. 다산이 해남에 있을 적에 남편과 한양에서 살던 홍연이 죽게된다. 홍연의 시신은 시댁이 있는 해남으로 운구돼오고, 다산은 그 딸을 해남에서 시신으로 맞이하는 비극적인 해후을 하게되는 것이다. 윤기정과 홍연의 자취는 지금도 해남에 적잖게 남아있다. 둘의 무덤 또한 해남 도월면에 있다.

홍연에 비해 다산의 또 다른 딸 홍임은 말하자면 소실의 딸이라는 운명에 맞게 순탄치않은 처지의 인생이었다. 다산이 해배되어 강진을 떠났을 때, 홍임은 어미 진솔과 함께 그대로 강진에 남아있게 된다. 그러나 진솔이나 홍임 둘 다 다산에 대한 그리움을 어찌할 수가 없었다.
결국 그 이듬해 둘은 다산이 있는 마재로 올라온다. 둘이 20여일을 걸어 겨우 마재에 도착해 다산의 집으로 갔을 때, 마침 다산은 일자리를 구하느라 한양에 가고 없었다. 이 둘을 맞이한 것은 다산의 정실인 예완이었다. 학식과 행실 등 여러가지 측면에서 나무랄 데가 없었던 예완이었지만, 남편의 또 다른 젊은 여인 앞에서는 거의 이성을 상실한다. 투심을 주체할 수 없었다는 얘기다. 그 결과로 나타낸 것은 진솔과 홍임 이 두 모녀를 집에 한발짝도 들이지않게 하고는 그냥 내 쫓아 버린 것이다.
그 다음 날 다산이 마재로 돌아왔을 때 이 모녀는 이미 마재를 떠나 강진 길을 걸어가고 있었던 것이다. 평생 아내인 예완에게 화 한번 내지 않았던 다산이었지만, 이 경우에는 어쩔 수가 없었던 모양이다. 예완의 그런 처사를 엄청나게 나무랐던 것이다.
마재를 쫓겨나다시피 한 진솔, 홍임 모녀는 결국 강진에서 살아가지만, 그 후 다산과의 재회와 관련해서는 그 어떤 기록도 전하지 않는다. 다만 다산이 진솔이 죽은 후 홍임이는 챙겼다는 기록은 전한다. 다산은 홀로 남게 된 홍임을 이복형제로 한양에 살던 정약행에게 입양시킨다. 홍임에 관한 건 딱 여기까지이고 입양 후의 거취 등에 관해서는 알려지거나 전해진 건 없다.


다산이 늦둥이 딸 홍임을 위해 만들어 준 ‘매회독조도’



두 딸을 끔찍히도 이뻐하고 귀여워 한 다산이 두 딸을 위해 남긴 시화첩이 전해지고 있다. 두 딸을 위해 글을 짓고 손수 그림을 그린 ‘매화쌍조도’와, 소실에게서 늦둥이로 한 홍임을 위해 만든 ‘매화독조도’(사진)가 바로 그것이다.

오늘 방송에서 들은 것과 내가 알고있는 것을 좀 썪어본 것인데, 반가 출신인 홍연에 대한 기록이 ‘억유녀’ 등 다산의 글 등을 통해 전해지고 있는 것에 반해 홍임에 관한 것은 알음알음으로 전해지고 있는 구전이 그 바탕이다. 홍임에 관해서는 2017년 최문희 소설가가 다산과 진솔의 사랑을 소설로 그린 ‘정약용의 여인들’에 많이 나오는데, 그 또한 구전이 바탕이었음은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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