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문인들의 옛 사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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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story

옛 문인들의 옛 사진들

by stingo 2023. 4. 5.

버리려고 내놓은 옛날 잡지 속에서 이런 사진들이 나왔다. 김동리, 천상병, 모윤숙, 박경리, 노천명 등 우리나라 옛 문인들의 1950, 60년대 그 때 그 시절의 옛 사진들이다. 아무렇지 않게 그냥 보아 넘길 수 없는 사진들이었다. 이 사진들은 <신동아> 2003년 8월 호에 실려있었다.
집에 쌓여있는 책들은 이제 완전 애물단지 취급을 받는다. 그 중에서도 특히 잡지류들은 더 그렇다. 몇년 전에 한번 정리해 대충 내다버렸는데, 아직도 구석구석에 틀여 박혀있는 옛 잡지들이 눈에 띄길래 내다 버리려다 어째 눈길이 가는 잡지가 있어 무심결에 넘겨봤더니 이 사진들이 있었던 것이다.
이 사진들은 2003년 7월 5일부터 8월 30일까지 서울 예장동 ‘문학의 집’에서 개최한 ‘문학 속의 내 사진전’에 원로문인 27명이 자신들의 앨범에 넣어두었던 450여 장의 개인사진들을 내놓아 전시했는데, 이것들 중의 일부다.

1960년 강영훈 전 국무총리가 6군단장에 재직하고 있던 시절, 문인들이 6군단을 방문해 강영훈 군단장과 함께 찍은 사진. 여러 문인들 중 앞줄 맨 오른 쪽 인물이 누구인지 언뜻 보아 잘 모를 것이다. 그가 바로 천상병 시인이다. 천 시인의 남아있는 사진들 중 젊은 시절 것은 매우 귀하다. 그런 점에서 이 사진은 천 시인의 젊은 시절 모습을 엿볼 수 있는 귀중한 자료다. 1960년이면 아마 천 시인으로서는 생애 가장 안온했던 시절이 아니었을까 싶다. 1960년 저 무렵을 전후해 천 시인은 <현대문학>에 적을 두고 집필을 하고 있었고, 또 김현옥 당시 부산시장의 비서관으로 생애 처음이자 마지막인 월급장이를 했던 무렵이기도 하다. 그래서 그런지 사진 속 천 시인의 표정은 무척 해맑아 보인다. 천 시인의 옆이 김동리 선생이다. 앞줄 왼쪽에서 세번 째가 강영훈 당시 6군단장.

이 사진은 내 고향 마산과 인연이 깃든 사진이라 개인적으로 무척 정감이 간다. 1960년대 마산 제일여고에 문학강연 차 내려왔다가 찍은 사진으로, 앞줄 왼쪽에서 두번 째가 모윤숙 시인이고 그 옆이 박경리 소설가다. 모윤숙의 모습은 상상했던 그대로인데, 박경리 여사의 청초하면서도 갸날픈 모습은 그에 비해 인상적이다. 왼쪽은 배두리 여사다. 제일여고 설립자로, 나의 친구이며 지금 마산대를 이끌어가고 있는 이학진 총장의 어머님이다. 뒤에선 남자들은 누구인지 사진설명에 없다. 오른 쪽 안경 낀 분이 눈에 익기는 한데, 혹여 당시 제일여고에 계셨던 한빈규 선생이 아닌지 모르겠다. 한빈규 선생은 마산 한석태 선배의 부친이다. 나의 추측일 뿐이다. (이 사진을 마산의 한석태 선배에게 보여줬더니, 아버님이 맞다고 하셨다).

1955년 서울 여의도 비행장에 선 아동문학가 이원수 선생과 어효선 선생의 모습이다. 1955년이면 당시 이원수 선생이 한정동과 함께 아동문학가협회를 창설해 부회장을 맡고있을 때인데, 어디 출장을 가기위해 비행장에 나왔던 것 같다.

1954년 남원 광한루에 모인 문인들. 뒷줄 왼쪽에서 세번 째가 가람 이병기 선생이고 그 옆이 김근수 선생이다. 1976년 나는 복학을 해 흑석동에 하숙을 하고있었는데, 그 집이 가람 선생의 옛 집이었다. 그 집에 가람 선생이 손수 심었다는 대추나무 한 그루가 있었다. 이 사진을 보니 그 대추나무가 생각난다.

1960년대 초 논산훈련소에 1일 입영한 ‘한국여성문학인회’ 회원들. 왼쪽부터 조경희, 추은희, 손소희, 전숙희.

1973년 3월 모윤숙의 집에 모인 문인들. 김후란(왼쪽 두번 째)과 김광섭(맨 오른쪽), 한 사람 건너 모윤숙, 이현구 등의 보인다. 모윤숙의 집 마당에 느티나무가 있다해서, 이 모임을 ‘느티나무 모임’이라고 불렀다고 한다.

1957년 여름 어느 날, 밤섬에서 열린 문인야유회에 참석한 노천명(왼쪽) 시인과 조경희. 이들은 이날 꽃향기에 취해 배를 놓치는 바람에 배가 전복되는 사고를 모면할 수가 있었다.



#천상병김동리박경리노천명이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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