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아내 김장하는 걸 도왔다. 도와봤자 뭐 별 게 없다. 그저 무거운 것 좀 들어주는 정도였을 뿐이다.
주문해놓은 절인 배추 가지러 백화점에 같이 가 배추박스를 들어주었고,
장항동 ‘로컬푸드’에서 이런 저런 채소꺼리와 젓갈, 양념 등을 사는데 카트를 들고 뒤따라 다녔을 정도다.
집으로 와 아내는 거의 하루 종일을 김장에 열중했다. 스스로 생각키로 거실 소파에 앉아있는 내가
왜 이리 하릴없이 멀뚱한가 하는 민망한 생각이 들 정도로 아내는 종일을 서서 김장에 전념했다.
저녁답에 김장이 마무리되면서 나는 겉절이 김치를 맛볼 수 있었다.
굴이 풍성하게 들어간 겉절이는 내 입에 딱 맞아서 생각치도 않았던 밥 한그릇을 순식간에 비웠다.
가을이 풍요의 계절이라고 하는 건 김장에 연유되는 바가 있을 것이다.
김장을 마무리하면 한 해 반찬거리를 들었다는 어떤 포만감이 그런 풍요의 느낌을 주는 것이다.
아무리 세상살이가 어렵고 팍팍하더라도 가을철 김장을 가가호호하는 것도 그 때문일 것이고…
김장이 아내도 나도 마음을 풍성하게 했다는 얘기다.
아내는 김장을 마무리하면서 김치를 몇 개의 별도의 용기에 담았다.
백화점 가게 사람들에게 맛보이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절인 배추 가지러 백화점 식품부에 들렀을 때,
거기 아주머니들의 아내에 대한 이런 저런 배려가 다 이유가 있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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