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운 날, 객지같은 곳에서의 소주 한 잔. 인천의 원인재라는 곳은 나에겐 아주 생소한 곳이다. 인천도 그렇지만, 지명도 아리송한 원인재는 더 낯선 곳이다. 여기에 온 건 이 동네에 친구가 살고있기 때문인데, 그것도 두 명이나 된다. 이 두 친구가 나를 포함해 친구 몇을 부른 것이다. 원래는 인천의 좀 그럴 듯한 데서 마시기로 했으나, 날도 추운데 멀리 갈 것 없다며 친구가 앞장서 끌고 간 곳은 동네 실비포장집이다.
친구 말로는 원인재 전철역 앞 자기 사는 곳이 오래 된 동네이기 때문에 동네 술집에 가면 모두들 아는 사이라고 했다. 아니나 다를까, 우리가 자리 잡은 후 들어온 손님들은 모두가 친구와 반가워하는 사이다. 그 손님들이 하나같이 여자 분이라는 게 좀 특이하게 보였는데, 친구는 그리 이상한 눈으로 보지 말라고 했다. 대구가 고향인 주인 아줌마는 털털한 인상에 인심이 아주 후하다. 안주 시키기 전에 깔아놓는 반찬 만으로도 우리들은 각자들 소주 반 글라스를 마실 정도로 반찬 맛이 좋고 푸짐했다. 돼지고기와 생굴, 생두부, 닭발 등으로 푸짐하게 잘 먹고 마셨다.
날도 춥고 집이 먼 관계로 일찍 일어선 게 거진 밤 8시 경이다. 거기서 전철 두 번 갈아타고 능곡 집에 오니 9시를 좀 넘겼다. 한 시간 정도 걸린 것이다. 원인재 갈 적에도 그랬다. 국회의사당 역에서 오후 3시 40분 정도에 출발해 원인재 역에 5시 약속 전에 도착했다. 김포공항 역을 경유하면 이렇게 빠르다. 이래 저래 나는 김포공항 역 덕을 많이 본다. 아침에 국회도서관 갈 때도 능곡에서 서해선을 타면 한 정거장, 5분 밖에 안 걸린다. 김포공항에서 9호선 급행을 타면 도서관까지 30분이면 거뜬하다. 그러니 능곡 집에서 도서관 책상에 앉기가지 1시간 20분 정도 걸린다.
이 글을 SNS에 올렸더니, 원인재에 관련한 댓글이 달렸다. 댓글에 따르면 원인재(原仁齋)는 인천 이 씨 중시조인 이허겸의 묘소 앞에 세워진 재실 이름을 딴 지명으로, 여기는 인천의 문화유산 중의 한 곳이라 했다.
#原仁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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