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언제부터 눈이 내렸는지 모르겠다. 구기동 주점에서 술을 마시고 앉았는데,
창문을 마주한 한 친구가 창밖을 보며 "어, 눈이 온다"고 해 눈이 오고있는 줄 알았다.
서촌의 통인동 체부시장으로 간 모두들 간 건 눈 때문이라는 측면도 있다.
얼큰해서들 밖으로 나와서는 누가 말을 꺼내지도 않았는데, 우리들은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다.
물론 주점에서 한 계기는 있었다. 서촌의 '백석 당나귀'로 가 와인을 마시자는 말이 나왔던 것이고,
그래서 모두들 동의는 하질 않았는데, 밖으로 주섬주섬 나와서는 발길이 그리로 향해지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아무래도 펄펄 내리는 눈이 우리들 더러 체부시장으로 걸음을 하게 한
측면이 있었음을 부인할 수는 없을 것이다.
눈을 맞으며 체부동 시장을 거슬러 '백석 당나귀'로 갔더니 문이 잠겨져 있었다.
영업을 하지 않았던 것이다. 친구들의 재촉에 박미산 시인에게 전화를 했더니,
오늘은 그냥 쉬는 날이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그래서 어쩔까들 하다가 결국 체부동 시장의 '가오리찜' 잘 하는 주점으로 향했다.
우리들이 겨우 자리를 잡았을 때 주인 아주머니는 없었다.
잠시 후 나타난 아주머니는 옆집 가게에서 술 한잔 먹고있다고 했는데, 과연 얼굴이 벌갰다.
아주머니와는 구면이다. 근처에서 갤러리는 하는 정 아무개라는 여자가 이 집 단골이었고,
그 여자를 따라 몇 번 왔었기 때문이다.
'가오리찜' 맛은 소주 안주로는 여전히 좋았다.
구기동에서 소주 두 병을 이미 마셔 취기가 오른 나는 또 소주를 마셨다.
얼마를 마셨고, 언제 쯤 그 집에서 일어났는지 기억이 없다.
그래도 오늘 아침에 일어나 보니 치솔이 테이블에 놓여있는 것으로 보아
취한 상태로 집으로 와 양치질은 했던 모양이다.
모처럼 많이 마신 술이었다.
#HeavySnowy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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