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동선배, ‘종로쌍칼,’ 켈리필드(Kellyfie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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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piens(사람)

필동선배, ‘종로쌍칼,’ 켈리필드(Kellyfield)

by stingo 2024. 6. 5.

필동사무실에서 선배를 만나면 해병대 얘기를 많이 듣는다. 선배는 월남전에서 부상 당한 해병대 중위 출신이다. 나는 오늘도 선배로부터 월남전 얘기를 듣다가  월남 파병 당시 선배의 어떤 전우, 아니 정확하게 얘기하자면 상관 한 분을 극적(?)으로 찾아 드렸다. 그 분의 얘기를 듣다가 그 분의 캐릭터가 너무 재미가 있어 빠져 듣다가 한번 찾아보자고 나섰다가 찾은 것이다. 선배와 그 분과는 수십년 전부터 연락이 끊긴 상태였다.
그 분은 월남전 파병 당시 해병 대위로 중대장이었고, 선배는 중위로 소대장이었는데, 둘 다 부상을 당한 인연이 있다. 두 분이 같은 중대는 아니었지만, 죽고 죽는 혼란한 전장에서 품앗이로 서로들 공백을 메워주다 인연을 맺었는데, 재미있는 것은 이 분은 당시 ‘종로쌍칼’로 해병대에서 그 위세(?)를 날렸다고 한다.
‘종로쌍칼’은 그 분이 1950년대 종로바닥에서 김두한의 부하로 활동하면서 붙여진 별명이었다고 한다. 그래서 이 분은 별명에 맞는 완력과 수완과 처신, 그리고 말쏨씨로 아주 유명했던 분이었다. 월남에서도 ‘종로쌍칼’로 이름을 날릴 당시의 얘기들로써 인기를 끌었다는 것인데, 이를테면 김지미 등 당시 일류배우들이 자기 앞에서는 꼼짝달싹도 못했다는 등등의 얘기다.
이 분은 부상을 입은 몸으로 귀국, 제대한 후 경찰에 투신한다. 경찰에서는 서울 중부서와 본청에서 기동대장을 역임한 후 청량리경찰서장까지 지냈는데 거기까지 였다. 1990년대 초 당시 정원식 총리가 외대에서 학생들로부터 밀가루세레를 받는 사건이 일어나면서 문책을 당해 해임 당한 것이다. 그 사건이 없었더라면 경무관까지 무난히 올라갈 수 있을 것으로 당시 주변에서는 다들 짐작하고 있을 만큼 경찰에서도 인정을 받던 인물이었다.
필동 선배와는 이 분이 경찰을 그만 두고 사업을 하면서 자주 만났는데, 그 후부터 만남이 끊겼던 것이다. 오늘 어쩌다 이 분 얘기가 나오면서 선배는 이 분을 몹씨 그리워했다. 그러면서 서가에 있는 해병대 장교주소록 등을 꺼내 찾아보고, 또 알만한 주변 해병대출신 분들을 통해 연락처를 알아보고자 했으니 알 수가 없었다. 그래서 결국 내가 팔을 걷어붙이고 나선 것이다.


나는 우선 경찰기동대장 출신이라는 전력에 유의했다. 그러면 경찰기동대 출신들을 엮어보면 알 수 있을 게 아닌가하는 점에서다. 나의 고교동기 중에 중부서 기동대장 전력을 가진 경찰 출신 친구가 있다. 그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물었다. 그랬더니 좀 찾아보고 전화를 주겠다고 했다. 5분 만에 친구를 이 분의 전화번호를 알아내 나에게 알려왔다. 선배는 곁에서 멀뚱하게 앉았다가 전화번호를 찾아다고 하니 반색을 했다. 그리고 전화.



근 30년 만에 통화가 이뤄지는 순간이었다. 이렇게 해서 나는 선배의 옛 상관 한 분을 찾아줬는데, 그러고 났더니 선배가 욕심(?)을 낸다. 그러면 혹시 월남전파병 당시 아주 친하게 지내던 미 해병 한 사람을 찾아줄 수 있겠냐고 했다. 이름을 기억하지 못했는데, 내가 찾아 준 상관을 통해 이름을 알아냈다. 켈리필드라고 했는데, 영어로 Kellyfield일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캘리필드 이 양반은 월남전에서 살아남아 미국으로 귀국한 후 역시 경찰에 들어갔다. 그리고 내가 찾아준 ‘종로쌍칼’ 그 분과는 경찰이라는 직업을 매개로 예전에 미국에서 한번 만났다고 했다. 그 때 켈리필드는 미국 뉴욕주 올버니(Albany)시의 경찰서장으로 있었다고 했다. 그래서 나는 작업에 착수했다. 올버니 경찰국(Albany Police Department)로 들어가 어찌어찌 역대 경찰서장 명단을 확보하면 될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선배에게 내일까지 찾아드리겠다고 했다. 찾아질지 여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아무튼 요즘 나는 월남전과 해병대 얘기에 빠져 사는 것 같다.






#ROKM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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