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산 창동의 ‘소고기국밥’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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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od, taste

마산 창동의 ‘소고기국밥’ 집

by stingo 2025. 2. 28.

소고기국밥이라… 귀에 익은 먹거리 아닌가.
그 앞에 붙는 말이 있었다. 함안. 그러니 함안 소고기국밥이다.
소고기국밥 하면 마산식 아니면 대구식인데, 함안식이라면? 식당엘 들어섰다.
아참, 이런 서두는 그리 필요치 않을 것 같다.

마산 둘쨋 날, 어둔 새벽부터 걸어 숙소인 신마산댓거리에서 구마산 어시장을 거쳐
창동거리까지 오면서 텅 빈 속을 메울 먹거리를 찾던 중이었는데,
보이는 건 24시 편의점 뿐 문을 연 곳이 없었다. 그러다 창동 불종4거리에서
이 국밥을 파는 ‘창동국밥‘을 만나게 된 것이니, 이것저것 따질 필요도 그저 감지덕지하며  
들어선 집이기에 그렇다.

함안소고기국밥이라지만, 나는 특별한 생각 없이 그저 그러려니 했다.
배만 채우면 되겠다는 생각 뿐이었으니. 소고기국밥이라면 할 말은 많다.
어릴 적 어머니가 끓여 주시던, 대파 숭숭 썰어 넣고, 꼬치가리 대충 듬뿍 넣고,
소피(선지) 둥둥 띄워 펄펄 끓이면, 비싼 소고기 몇 모태기 안 들어가도 단맛이 나던 그 소고기국,
그 맛을 기대하기에는 애시당초 사치스런 생각일 것이니.

국밥이 나왔다. 기대감을 낮췄기에 편안한 마음으로 국물을 한 숫가락 떠 먹었다.
그런데 어라, 옛날 그런 맛이 났다. 웬일인가 싶어 몇 숫가락을 계속 떠 먹었다.
맛이 있었고 내 입에 착 들어 맞았다. 속으로 문득 고맙다는 생각이 들었다.
카운터 쪽을 보니 주인이 젊은 남자다.

나는 본격적으로 먹기 시작했다. 정구지를 뜨거운 국문에 듬뿍 곁들이니 정말이지
옛날의 그 맛이 나는 것이었다. 그야말로 먹는데 집중해 정신없이 먹었다.
식당엔 이른 아침이라 젊은 청년과 나 둘 뿐이었는데, 나는 먹으면서 마산에 소고기국밥을
이렇게 이른 아참에 파는 식당이 있다는 게 얼마나 고마운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잘 먹고 카운터에서 계산을 하면서 젊은 주인에게 물었다.
“장사 잘 됩니까?” 주인이 듣기에 좀 느닷없는 질문이었을 것이다.
나는 내심 장사가 안 돼 이런 식당이 문을 닫으면 어쩔까하는 조바심을 담은 물음이었는데,
주인은 그냥 싱긋 웃기만 했다. 그러면서 하는 말이 이랬다.
“그래도 7년 째 하고 있십미다...”  

어차피 이제는 나그네, 그러니까 旅人의  처지로 고향 마산엘 가는 것인데,
그래도 이제 새벽이라도 배를 그런대로 채울 곳이 있다는 것, 이 얼마나 든든한 것인가.

소고기국밥을 먹으며 언뜻 고개를 들어보니 창동거리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소고기국밥#창동국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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