웅어 아니면 장어.
엊저녁에 산본서 여동생 내외가 왔길래 저녁을 먹으러 나왔다가 들린 곳이 능곡역 앞 ‘행주장어웅어‘ 집이다.
능곡역 앞에는 예전부터 웅어 전문점이 성황을 이뤘다.
강과 바다를 오가는 회귀성 어류인 웅어는 조선시대 임금에게 진상된 생선으로 회자되면서 식도락가의 입맛을 돋워왔다.
그런 웅어는 특히 행주나루 쪽 한강에서 많이 잡혔기로,
웅어를 좋아하는 식도락가들이 능곡에 웅어를 먹으려 많이 왔었고 지금도 그런 곳으로 알고 있다.
나도 예전에 몇번 웅어를 여기서 먹어본 적이 있다.
하지만 나는 어릴 적부터 짠 바다 생선에 입맛이 익숙혔었기로,
민물도 바다 생선도 아닌 웅어가 내 입맛에는 별로였다. 그러다 엊저녁에 능곡역 앞을 와본 것이다.
그런데 예전 웅어를 전문으로 팔던 이 곳에 장어가 추가되고 있었다.
여동생 내외가 장어를 좋아한다기에 찾아온 것이니, 우리들은 장어를 먹을 요량으로 이 식당에 들어갔다.
능곡역 앞은 저녁이 되면 사람도 별로 다니지 않는 한갖진 곳이다. 식당 입구도 어둡고 사람들도 없었다.
그래서 식당에 우리들만 가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으로 2층의 식당문을 열고 들어갔다.
그런데 웬걸 식당 안은 앉을 자리가 없을 정도로 붐비고 있었다. 안팍이 너무 판이한 식당이었는데,
겉으로는 한산해보이는 식당이지만, 아는 사람들은 다들 알아서 찾아오는,
말하자면 고양의 맛집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겨우 자리를 잡은 우리들은 장어 굽는 게 시간이 걸리니까 우선 웅어를 시켰다.
웅어는 회에 각종 야채를 버무린 회무침으로 나온다.
나는 예전에 먹어본 경험을 떠올리며 맛에 별 기대감 없이 그저 그러려니 하는 생각으로 한 젓가락을 맛보았다.
어라, 그런데 예전 맛과 달랐다. 고소함이 확 느껴지면서 구미를 당기게 하는 맛이었다.
두 세 젓가락, 계속 먹을 수록 입에 착 달라붙는 부드러운 맛이 일품이었다.
나는 그 맛에 퍼뜩 제철 생선이라는 말이 생각났다. 그래서 종업원에게 지금이 웅어 철이냐고 물었더니 그렇다고 했다.
그러니까 웅어는 제철에 먹어야 웅어 특유의 독특한 그 맛을 맛볼 수 있는 것이었다.
이어 장어가 나왔다. 이 역시 한강에서 잡히는 민물장어다.
바다 장어에 맛을 들인 입이라 어떨까하는 생각으로 장어를 먹었다. 소금구이 장어였지만,
따라 나오는 소스에 찍어먹는 것인데, 이 또한 맛이 있었다.
입에 넣으면 과장을 좀 보태 별 씹을 필요가 없을 정도로 부드러운 식감이었다. 치아가 좋지않은 나로서는 먹기에 아주 좋았다.
내 이야기만 하고있는 것 같은데, 동생 내외와 아내도 모두 맛있다고 했다.
한참 먹고있는데, 구운 생선 네 마리가 서비스로 나왔다.
각 한 마리씩이다. 웅어를 구운 것으로, 나는 웅어라는 생선의 형태를 비로소 처음 대하는 것이었다.
나는 웅어가 커봐야 기껏 손바닥 만한 것인 줄로 알고 있었는데, 그게 아니었다.
한뼘을 훨씬 넘는, 거의 큰 전어 사이즈의 생선이었는데, 그걸 통째로 뜯어먹는 맛도 일품이었다.
안 마시던 술, 그러니까 막걸리를 두 병이나 마신 것도 웅어와 장어 맛 때문이었다.





#행주장어웅어식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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