족발과 아이스크림, 이 둘이 어울리는 한쌍일까. 족발은 우리 토속적인 음식이고, 아이스크림은, 이게 이제 우리 간식으로 자리 잡기는 했지만, 그래도 원래 서구적인 간식거리 아닌가. 이런 점에서 둘이 썩 그렇게 한 조합으로 양립되기가 어색해 보이는 측면이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다.
그런데 장충동에서는 전혀 그렇지 않다. 족발과 아이스크림이 사이좋게 공존하면서 서민들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는 것이다. 왜 그럴까. 한 동네에 족발과 아이스크림 전문점이 있기 때문인데, 다들 알겠지만, 족발하면 장충동, 장충동하면 족발이고 여기에 '태극당'이라는 우리나라에서 제일 오래된 빵집에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모나카 아이스크림이 있는 것이다.
그러니 족발과 아이스크림이라는, 겉보기에는 전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먹거리가 사이좋게 공존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사람들 간에 개인적으로 호.불호가 있게 마련일 것이지만, 어제 우리들 마산중 16회 동기친구들은 이 둘의 조합적인 맛이 거의 환상적이라는 것에 이구동성으로 찬사를 보탰다.
우리들은 이날 모처럼 남산둘렛길을 걸었다. 아침 10시반 동국대역 5번출구에서 만나 남산을 걸어 서울타워까지 올랐고, 내려와서는 태극당 맞은 편 골목에 있는 족발집에서 족발을 맛있게들 먹었다. 적당한 시장끼에 족발은, 물론 다들 오랫만에 먹는 것이기도 하겠지만, 정말 맛이 있었다. 혈압에 고지혈이니, 당뇨 등의 대사질환을 몸에 주렁주렁 달고사는 우리들 70대 친구들은 그에 구애받지 않고 모처럼 족발을 즐겼다.
족발을 거의 다 먹을 즈음에 한 친구의 입에서 '태극당' 얘기가 나왔다. 태극당 본점이 장충동에 있다는 건 잘 모른다. 하지만 우리들에게 태극당은 1970년대의 종로 태극당이라는 추억의 장소로 다가오는 곳 아닌가. 태극당 하면 그 시절 없는 호주머니에 좀 무리해서라도 사먹었던 모나카 아이스크림이 우선적으로 떠오른다. 정말 오랜만에 들린 태극당은 올드하면서도 빈티지한 느낌이 물씬하면서도 많은 사람들이 복작대는 게 마치 다른 어떤 세상에 온 것같은 ㄴ낌을 들게했다.
우리들은 복잡한 가운데서도 어떻게 이층에 용케 자리를 잡아 모나카를 먹었다. 그리고 태극당이 자랑하는 단팥빵도 먹었다. 모나카는 그 모양새 하나 만으로 추억의 그것이었다. 역시 맛이 있었지만, 옛맛에 비해 뭐랄까, 좀 세련된 맛이었다. 단팥빵 역시 그랬다. 단팥빵이라지만, 슈크림이 적당하게 추가된 게 역시 맛이 세련된 것이었다. '백년가게'라는, 오래 된 태극당으로서는 나름 세월의 흐름에 부응하기 위해 부단히 애를 쓰고 있는 맛이 느껴졌다고나 할까.
#장충동#족발#태극당#모나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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