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동선배는 필동에 사무실이 있다. 그래서 내가 선배를 그렇게 부르고 있다.
선배 필동사무실 앞에 바로 ‘필동면옥’이 있다. 점심을 근자에 거기서 자주 한다.
우리는 그 집 가는 나름의 ‘룰’이 있다. 웨이팅 줄이 있으면 절대 가질 않는다.
줄이, 그것도 한 사람이라도 없어야 간다.
돈 내고 사먹는 집에 줄이 웬말이라는 것에 선배와 나는 완전히 일치하고 있다.
그러니 오늘은 줄이 없었다는 얘기다.
이 집 평양냉면이야 워낙 유명한 것이지만,
근자에 젊은 사람들이 갑자기 이 집 냉면을 즐기고 있다는 것은, 웨이팅 줄을 보면 알 수가 있다.
하여튼 아침 한 11시부터 줄이 서져있는데, 대충 보면 젊은이들이 대부분이다.
이 집에 가면 선배는 거의 반드시 냉면과 함께 제육을 시킨다.
나도 몇번 이 집 제육을 먹고는 그 맛에 상당히 길이 들여져 있다. 이 집 제육은 그 쫄깃쫄깃한 맛이 좋다.
제육은 뜨겁게 데여진 수육에 비해 식혀진 고기들이다.
좀 차가운 느낌이 들 정도의 제육이라 더운 한 여름에 제격이다.
쫄깃쫄깃한 맛은 고기가 식혀진 것에 따른 식감일 것인데,
그 외에 아무래도 이 집 만의 무슨 비법이 있는 것 같다. 맛이 좋다는 얘기다.
이 집의 제육과 수육의 차이는 간단하다. 제육은 돼지고기, 수육은 소고기라는 것인데,
갈 적마다 나는 낮이 익은 아주머니에게 간혹 물어보곤 한다.
대답은 항상 그렇다. 제육은 돼지고기, 수육은 소고기.
제육 한 접시는 둘이 먹기에 알맞은 양이다. 그걸 냉면 나오기 전에 몇 점 먹다가 냉면이 나오면,
그 안에 넣어 함께 먹는다. 그러면 냉면국물에 담겨진 고기 맛이 좀 색다른 맛을 준다.
이 집에 가면 항상 나는 배가 부르다. 선배가 제육을 항상 내 냉면그릇에 ‘느닷없이’ 부어주기 때문이다.
맛있게 배부르게 먹었지만, 그래봤자 충무로역에서 전철타고 대곡역에 닿을 무렵이면 배가 꺼진다.
그리고 다시 그 맛이 그리워진다.
#필동면옥
'food, taste'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장충동, 족발과 모나카 아이스크림 (0) | 2024.11.09 |
---|---|
‘옥된장’의 우렁된장전골 (0) | 2024.10.24 |
서울 필동 닭반마리칼국수 (3) | 2024.07.19 |
무알콜 맥주 (0) | 2024.06.27 |
필동의 '바닷가애서'라는 日식당 (0) | 2024.05.07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