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를 먹으니 이제 먹는 것도 부지불식간에 게걸스러워졌다.
나는 그걸 잘 모르지만, 또래 친구들이나 선배들과 밥을 먹을 적에 그들의 모습을 보면 알 수가 있다.
그런 게걸스러움을 더 한층 더 게걸스럽게 해주는 밥집을 근자에 알게됐다.
‘옥된장‘이라는, 된장 전문의 식당인데, 여러 곳에 ‘옥된장’ 간판이 보이는 것으로 보아 프렌차이즈 식당 같다.
필동선배를 일주일에 한번 만나면 점심을 먹게된다.
지난 여름은 선배 사무실 바로 앞 ‘필동면옥’에서 냉면과 제육을 매주 먹었고,
그 전에는 역시 인근의 ‘닭칼국수집‘에서 닭반마리칼국수를 먹었다.
몇주 전 선배와 점심을 먹으러 나오면서, 내가 이제 여름도 지났으니 다른 메뉴를 찾아봅시다며 선배를 꼬드겼고,
마침 그 앞을 많이 지나 다녔던 ‘옥된장‘으로 선배를 이끌었다.
식당은 외양이나 실내분위기가 빈티지한 느낌의 목재 구조로,
레트로한 느낌을 주고 있었기에 전통적인 된장찌개 전문점이라는 선입감을 안긴다.
그러나 막상 들어가 자리에 앉아보면 그런 곳이 아니라는 걸 알게된다.
음식주문을 테이블마다에서 키오스크로 하는 것도 그렇고, 조리하는 불판도 인덕션이고,
게다가 서비스를 젊고 발랄한 아가씨들이 하고있다는 점에서 그러하다.
그러니 된장을 기본 베이스로 하는 일종의 퓨전식 식당이라는 걸 단박에 알수있게 한다.
메뉴판을 보면 먹을 수 있는 음식 가지수가 많아, 처음 가면 메뉴를 고르면서 적잖게 헤맨다.
처음 선배와 간 날, 우리는 눈에 제일 먼저 띈 우렁된장을 시켰다. 그게 제일 만만하게 보였기 때문이다.
우렁은 이미 익혀진 것이기에 두부, 그리고 야채가 섞인 우렁된장은 불판에 얹어 한차례 끓여지면 먹으면 된다.
솔직히 말하자면 퓨전식이라는 선입관 때문이었던지 음식맛에 크게 기대를 하질 않았다.
반찬으로는 묵은지와 돼지고기를 버무려 익힌 찐김치와 김 두 가지였다.
된장이 끓기를 기다리면서 김치찜을 한점 먹어 보았다. 입안에 군침이 확 고일 정도로 맛이 있어,
어라! 하는 느낌의 탄성이 나도 모르게 나왔다. 맨밥도 반찬과 함께 나왔으니,
그 밥으로 김치찜을 먹는데, 밥 한 그릇이 후닥 비워질 정도로 맛이 있었다.
그리고 마른 김은 시면서 다소 단짠단짠한 김치찜 맛에 아주 잘 어울리는 맛이었다.
그리고 우렁된장전골.
누가 멀저랄 것도 없이 둘이서 국물을 한 숫갈 먼저 떠 먹었을 때, 선배와 내 눈이 마주쳤다.
선배는 “어, 맛이 괜찮네”하면서 나와 눈길이 마주쳤던 것인데,
그것은 말하자면 맛이 좋다는 것에 대한 일종의 일치를 의미하는 것이었다. 그럴 정도로 된장국물 맛이 좋았다는 얘기다.
또 하나 놀라웠던 것은 우렁이 풍성하다는 것이었다. 그게 국산이건 중국산인지는 알 필요도 없는 것이고,
그저 우렁으로 된장을 끓여주는 어느 식당마다 넣어지는 우렁의 양에 인색하다는 건
이미 잘 알려진 것이라서 그 놀라움은 컸다.
밥을 한 그릇 씩을 더 시켜서 아주 맛있게, 게걸스럽게 먹었다.
김치찜과 김은 떨어지면 추가로 시킬 수가 있는데, 한번 더 추가하고는 더 이상은 자제할 수밖에 없었다.
두번 째까지 아주 친절하게 추가해 주었는데, 혹여 세번 째에서 인상이 달라질까 하는 조바심이 일었기 때문이다.
달리 말하자면. 그런 분위기가 자칫 우렁된장 맛에 대한 맛있고 좋은 느낌을 없앨 것 같았었기에 그랬다고 할까.
선배와 그 집을 나오면서 둘은 이구동성으로 맛 있는 집이라는 데에 일치를 이뤘다.
그리고 그 후부터 자연스레 그 집은 우리들의 점심집이 되고 있었다.
어제는 또 한 분의 선배와 오셔서 세명이 그 집을 갔다.
처음 간 그 선배도 밥을 게걸스럼게 드시면서 연신 맛있다고 했다.
#옥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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