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사당동에서 과천으로 가는 길에 있는 언덕인 남태령.
남태령 주변은 시골 오솔길을 연상케하는 옛 언덕 길이라 적잖은 사람들이 찾는 곳이지요.
여기에 조선시대에 세워진 송덕비가 있었습니다.
지금은 사라지고 없고, 송덕비가 서 있던 것으로 추정되는 자리만 남아 있습니다. 이 송덕비에 얽힌 재미있고 교훈적인 얘기가 전해져 옵니다.
그 송덕비에 얽힌 얘기입니다.
조선조 지방 수령들 중 과천 현감은 서울이 가까운 관계로 오가는 고관을 접촉하기 쉬웠습니다.
그리고 세금징수가 많기 때문에 재물을 모아 뇌물을 상납하여
조정의 좋은 자리로 영전하는 자리였다고 합니다.
어느 때 과천 현감이 영전하여 서울로 떠나게 되었습니다.
수하의 아전들이 송덕비를 세우겠다며 비문을 어떻게 쓸까 현감에게 문의를 합니다.
그러자 현감이 “너희들이 알아서 하라”고 합니다.
그리하여 아전들이 남태령에 송덕비를 세웁니다.
그리고 현감이 떠나기 전 현감더러 제막식을 하고 가시라고 했습니다.
현감이 한양으로 가는 길에 잠시 행렬을 멈추고 송덕비의 포장을 벗겼습니다.
비문에는 '今日送此盜(금일송차도)'라고 쓰여 있었습니다.
'오늘 이 도둑놈을 보내노라'는 뜻이지요.
이를 보고 현감이 화를 내기는 커녕 껄껄 한번 웃고는 그 옆에 한 줄 더 씁니다.
'明日來他賊(명일래타적)', 즉 '내일 다른 도둑놈이 올터인데'라고 썼습니다.
현감이 그러고는 떠났습니다. 그러자 아전이 기가 막혀 또 한 줄을 보태 씁니다.
'此盜來不盡(차도래부진).'
'도둑놈들만 끝없이 오는구나.'
행인이 지나가다 이를 보고 또 한 줄을 더 보태어 씁니다.
'擧世皆爲盜(거세개위도).'
'세상에 모두 도둑 놈 뿐이구나.'
웬지 요즘 '국害의원'들 얘기 같지 않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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