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외판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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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 외판원

by stingo 2020. 7. 27.

좀 졸고 앉았는데 강한 인기척 때문에 번쩍 졸음이 가셨다.

그 인기척은 다름이 아니라 내 앞을 스치고 지나가는 비옷 때문이었다.

비옷을 팔고있는 외판원 아저씨는 한마디로 좀 요란스러웠다.

목소리도 크고 행동거지도 크다. 여간 노련한 솜씨가 아니다.

그런데 몇 차례 전철 안을 휘젖고 다니는데도 비옷이 팔리지가 않는다.

다시 수례 있는 곳으로 오더니 비옷을 휘 감고는 일장 연설을 한다.

제품이 어떻고 저떻고 하는 게 귀에 들어올리가 없다.

뭔가 끌어당기는 멘트가 있어야 하는 게 아닌가.

그 것을 그 양반은 집고 있었다.

 

"지금 밖에는 비가 억수로 오고 있습니다.

여러분들이 밖으로 나가면 우산을 사야 합니다.

우산 하나에 비싼 것은 몇 만원 합니다.

이 비옷은 5천원입니다. 아주 싸지요. 그러니..."

 

사람들의 표정, 어라 밖에 비가 와? 그럼 어떡하지.

귀가 솔깃해지는 것인가.

무엇보다 밖에 비가 '억수로' 오고 있다는 것,

그러면 가장 필요한 게 비옷 아닌가.

몇몇 사람들이 관심을 갖고 사려는 듯이 보인다.

그 순간, 누군가 큰 소리로 말했다.

 

"아저씨, 밖에 비 안 오는데요"

 

참 얄궂다 싶었다. 그 비옷 팔아 얼마 남는다고 고추가루를 뿌려대는가.

사람들의 심리는 묘하다. 그 한 마디에 일순 구매의사를 접는 듯한 태도다.

장사 아저씨가 머쓱해졌다.

고추가루 뿌린 사람을 보고는 씩 웃는다.

어째 보기에 서로 아는 처지인 것 같기도 하고.

하기야 전철을 많이 타고 다니는 사람들은 장사치들과 안면이 없잖아 있을 수도 있다.

고추가루 뿌린 사람에게 하는 듯한 말.

 

"아이고 아저씨, 오늘 내가 잘못 갖고 나왔어요.

오후에 비 많이 온다고 해서 비옷을 갖고 왔는데 그 게..."

 

그러더니 끝말을 흐리면서 한말을 보탠다.

 

"비가 많이 오는 건 아니고 쪼깨는 오고 있습니다. 쪼깨..."

 

그 말에 안 웃을 승객들이 있을까. 모두들 웃고 있었다.

장사 아저씨도 따라 웃는다. 장사고 뭐고 있나. 이미 장사는 종쳤다.

 

"여러분, 내일은 아시지요. 구두 뒷굽입니다.

구두 뒷굽 내일 갖고 오겠습니다"

 

이 한 마디를 남기고는 차가 정거장에 멎자 재빨리 수례를 끌고 나가 버린다.

 

선릉역에 내려 지상으로 올라가는데, 사람들이 젖은 모습이다.

밖에는 비가 '억수로' 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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