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아 쿨파(mea culp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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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아 쿨파(mea culpa)'

by stingo 2020. 8. 16.

중학교 학생 시절의 일탈을 하나 꼽자면 성인 영화를 보러 몰래 극장에 가는 일이다. 더러는 단속나온 선생님에게 붙잡혀 혼이 나기도 했지만, 좀처럼 끊기 어려운 유혹이었다.

영화도 그렇지만, 사춘기 감성을 자극하는 볼거리로는 그 시절 말로 소위 '쑈'라는 게 있었다. 가끔은 잘 나가는 가수들도 있었지만, 대개는 2, 3류급 가수들을 중심으로 보여주는 유랑극단 식의 라이브 무대 공연인데, 이런 '쑈'에서 가장 인기를 끄는 것은 무희가 나와 옷을 하나 하나 씩 벗어가며 춤을 추는 이른바 '스트립 쑈'라는 거였다. 물론 그 때 당시에도 음란물 공연을 금하고 있었기에 스트립 쑈에서도 수위는 결정적인 순간에서 조절되고 있었는데, 그래서 그 '아슬아슬'한 스트립 쑈 공연이 인기가 있었던 게 아닌가 싶다.

 

그 때 우리 집은 마산의 선창가 가까이에 있던 동보극장 근처에 있었다. 재상영관으로 2류였던 그 극장에 유난히 '쑈' 공연이 많았다. '하운드 독'의 체리보이나 '미워하지 않으리'를 부른 정원 등 꽤 유명한 가수들이 와 공연을 할 때면 극장 주변이 시끌벅적하는 게 우리 집에서도 느껴지곤 했고, 극장 안에서의 공연 음악이 크게 들려오기도 했다.

 

그런 음악들 가운데 유난히 귀에 익숙한 게 있다. 스트립 쑈의 배경음악인데, 그 당시에는 제목도 모른채, 단지 그 음악이 무희가 섹시한 춤을 추는데 나오는 음악이라는 야릇한 느낌으로 익숙해져서 가끔씩 흥얼거리기도 했다. 스트립 쑈를 추는데 따라 나오던 예전의 그 귀에 익숙한 음악이 어떤 것일까 하는 궁금증이 왜 지금에사 생겨났는지 잘 모르겠다. 하여튼 기억을 되살려 그 음악의 멜로디를 생각해 내 이리저리 찾아본 끝에 두 개 의 그런 음악의 그 제목을 알아냈다. 하나는 '메아 쿨파(mea culpa)'라는 곡이고 또 다른 하나는 '포에브 위드 유(forever with you)'다. 전자는 트럼펫 곡이고 후자는 섹소폰 음악인데, 둘다 뭔가 멜로디가 끈적끈적한 게 스트립 쑈에 걸맞는 음악이다. 물론 이런 생각은 스트립 쑈라는 걸 염두에 뒀었기 때문일 것이다.

 

근데 '포에브 위드 유'는 그렇다치고 '메아 쿨파'는 멜로디는 그런지 몰라도 곡의 내용은 스트립 쑈하고는 전혀 딴 판이다. 이 곡은 애틋한 멜로디지만, 종교적인 색채가 짙다. 제목부터가 그렇다. mea culpa는 라틴어로 '나는 죄인이다'는 뜻인데, 이를 가톨릭교회에서 원용하여 기도문에도 쓰인다는 걸 알았다. 미사에서 자신이 지은 죄를 반성하며 읊은 기도문에 그게 나온다. "mea culpa, mea culpa, mea maxima culpa(내탓이오, 내탓이오, 내 큰탓이로소이다)." 샹송으로 에디뜨 피아프가 부른 노래도 있다. 물론 이 곡에 따라붙는 가사는 이루지 못할 사랑에 대한 안타까운 심정이 나타내고 있지만, 그 안타까움을 '죄'로 환치하는 일말의 아이러니가 이래저래 묘한 느낌을 준다.

 

그 '메아 쿨파'를 몇 번씩 들어본다. 옛 기억 속의 스트립 쑈가 왔다갔다 한다. 이러지 말자면서 스트립 쇼를 애써 지우고 종교적인 관점에서 '메아 쿨파'를 들어본다. 그랬더니 전혀 새로운 느낌으로 다가온다. 음악도 마음먹기 나름이다.

내탓이오, 내탓이오 내 큰탓이로소이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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