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를 주제로 한 영화는 많다. 예수 역을 맡은 유명배우들도 많다. 그러면 지금까지 나온 이들 영화들 중 가장 예수에 근접한 용모와 연기로 평가받는 배우는 누구일까. 이와 관련한 통계도 분명 있을 것이다. 찾아보지는 않았다.
나는 제프리 헌터(Jeffery Hunter; 1926-1969)를 꼽고 싶다. 제프리 헌터는 그의 나이 31세 때인 1961년 예수 역을 맡았다. ‘왕 중 왕(King of Kings)’이라는 영화에서다.
이 영화를 어릴 적, 그러니까 중학교 갓 입학해서 봤다. 하지만 영화에 대한 기억은 없다. 어제 우연히 어떤 채널에서 이 영화가 방영되길래 언뜻 기억을 되살려가며 보다 그만 푹 빠져버렸다.
영화도 영화지만 무엇보다 제프리 헌터의 예수로서의 용모와 연기에 빠져버린 것이다. 마침 영화를 보기 전에 마태복음을 뒤적이고 있었는데, 그게 영화에서의 예수의 ‘산상수훈’ 장면과 매칭이 되면서 영화와 제프리 헌터 예수에 매몰돼버린 것이다.
사실 예수의 ‘산상수훈’이 설명되는 마태복음 5장부터 7장까지의 내용 중에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 초심자인 나로서는 적지않다. 6장 34절의 ‘걱정’에 관한 부분도 그렇다. 그런데, 영화 ‘산상수훈’ 장면에서의 제프리 헌터 예수의료료교를 들으면서 뭔가 풀려지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
그 장면 후 예수가 십자가에 못박혀 하늘에 오르기까지의 전 장면에서 제프리 헌터는 예수 역할을 정말 잘 소화해 냈다. 영화를 본 후에도 그 감흥이 남아 제프리 헌터에 관해 좀 찾아보았다.
‘왕 중 왕’ 이 영화 하나로 그는 스타덤에 오른 헐리웃 배우였지만, 그 후 그의 연기 인생은 고난의 연속이었다. 그가 43살의 한창 나이에 사망하는 것도 그와 무관하지 않다. 그의 헐리웃 스타로서의 인생이 왜 그랬을까 하는 아쉬움이 들던 차에 그가 ‘왕 중 왕’에서 맡았던 예수 역에 상당한 심적 부담을 갖고 살았다는 사실을 알게됐다.
이런 사실은 그가 예수 역을 맡은 이후 쇠락의 길을 걸으며 남긴 말에서 시사되고 있다. 그는 생전 한 인터뷰에서 이런 말을 했다.
“주변에서 나더러 예수 역을 맡지 말라고 했다. 생각하기로 예수 역을 맡은 연기자는 누구든 힘든 시간을 갖게 된다. 그 후 나는 다른 배역을 맡았지만 나는 항상 그게 신화처럼 느껴졌다. 결국 당신이라면 그리스도 역을 어떻게 할 수 있겠는가?(I was warned not to do it. Actors who play Jesus are supposed to have a hard time. Getting other roles to follow, but I felt this was a myth. Afterall, how can you be typecast as Christ?).
제프리 헌터의 이 말을 듣자니 생각이 복잡해진다.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 지 모르겠다. 영화의 마지막, 십자가 처형 장면에서의 제프리 헌터 예수의 모습이 자꾸 떠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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