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상에서 표류 중인 신원이 확실한 우리 민간인을 사살하고 그 시신마저 참혹하게 훼손시킨 북한 김정은 정권의 그 짓은 달리 표현할 말이 없는 만행 그 자체이다. 이런 상황에서 자국 국민을 지켜내지 못한 문재인 정권과 그 수하들 하는 짓 또한 북한에 버금가게 추잡스럽다. 북한의 야만스런 정권을 규탄하기 보다, 피해자를 월북으로 몰아 간다든가, 북한의 전통문 조작 의혹이 이는 등 이런 저런 빌미들로 오히려 북한을 거들고 있는 것이다.
돌이켜보면 첨예하게 대립해 왔던 역대 남북 대치 상황에서도 이런 경우는 처음있는 일이다. 사살당한 사람이 설사 그들 처지에서 어떤 불순한 목적으로 표류 중이었다고 해도 그런 식으로 죽이는 일은 없었다. 대치 상태의 남북 관계였지만, 그래도 지켜야 하는 최소한의 금도는 있었다. 그런데 북한은 그마저 이번에 깨뜨려버린 것이다.
이 사건을 보면서 남. 북한 정권의 한심한 작태를 다시 한번 절감한다. 문재인 정권은 박정희 대통령과 그 시대에 대해 욕과 비판을 입에 달고 산다. 하지만 엄중한 유신군사 정권이었던 박정희 시대라 해도 지금처럼 이러지는 않았다. 그 시대를 살았던 사람으로서 그 시절의 남북관계와 관련한 한 경험을 떠 올려 보았다.#
초짜기자 시절인 1978년 경인가, 북한사람 몇을 처음 대해 봤다. 오리섭이라는 북한의 어부. 어로작업을 하다 사고로 남한해역으로 넘어 와 우리 측에 의해 구조 당한 사람이다. 이 사람 말고 다른 어부들도 몇 명 더 있었다. 그 당시는 남북한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상황에서 체제 경쟁이 치열했다. 남이든 북이든 ‘귀순’을 반겼다. 귀순 자체가 체제 우월의 바로미터로 여기고 있었기 때문이다.
오리섭 씨는 귀순을 택했다. 그 과정에서 이 분을 만나 취재를 했다. 정보당국에 의한 세뇌가 없을 수 없었기에 그로부터 속내나 어떤 진정성있는 얘기는 들을 수 없었다. 한 가지 기억나는 건 마주앉은 테이블 위에 다과가 놓여있었는데, 그가 캔디 과자를 하나 집어 포장지를 까고 입에 넣으려다 갑자기 우는 것이었다. 과자를 보자 북에 있는 아이들 생각이 났던 것이다. 그러더니 그때부터 갑자기 김일성을 욕하기 시작했다. 아이들한테 과자 하나도 잘 먹이지 못하는 놈이라고 욕했다. 비로소 속마음이 열렸던 것이다.
오리섭 씨 말고 다른 어부들에 대한 귀순 설득도 꾸준히 진행됐다. 그러는 과정에서 단 한 명을 빼고 대부분이 귀순하기로 했다. 그 단 한 명은 집요하게 북으로 돌아가겠다고 했다. 가겠다면 돌려보내야 한다. 하지만 정보당국의 설득도 또한 집요했다.
그러던 어느 날, 근무처 조정관으로 잘 알고지내던 정보당국 직원이 나에게 좀 만나자고 했다. 그 어부 귀순 설득 작업을 도와달라는 것이다. 어떻게 하면 되느냐고 물었다. 다른 거 없다. 그저 만나 밥이나 함께 먹으면서 이야기나 나누라는 것이다. 그러니까 인간적으로 접근해 허심탄회하게 얘기하면서 그런 분위기에서 귀순을 종용해 보라는 것이었다. 짜여진 각본은 없다고 했다.
만났다. 조정관도 함께 했다. 이문동에서 저녁을 먹다가 술판으로 이어졌다. 그 어부는 스무살 초반의 앳된 청년이었다. 내가 그와 무슨 얘기를 나눌 수 있겠는가. 조정관과 세상살이 등에 관해 나누는 얘기가 더 많았다. 정부도 욕하고 박정희 대통령도 비판하고 하는. 북한의 그 청년어부는 우리들 얘기를 아주 재미있어 하며 듣는 듯 했다.
소주 병이 늘어나면서 다들 취해갔다. 북한의 그 청년어부도 벌개졌다. 밤 9시가 넘어 술집에서 나왔다. ‘소기의 목적’도 못 이루었는데, 이제 어떡해야 하나.
헤어지자며 인사를 나누는데, 문득 이런 생각이 떠 올랐다. 술김에 장난 한번 쳐 보자는 것. 청년어부에게 물었다. 한국 와서 지하철 타본 적이 있는가. 정보당국 직원과 타본 적이 있다고 했다. 조정관의 표정을 살피며 내가 이런 제의를 했다. 그러면 오늘 혼자서 지하철을 타 볼 생각은 없는가. 조정관이 눈치를 보낸다. 그에 구애받지 않고 나는 말했다.
다 짜여진대로 하는 것, 다 짜여진 것만 보는 것, 그런 거 백번 해도 필요없다. 지하철을 혼자 타고 가면서 남한사람들 틈에 끼어 보라. 그러면 한국이 어떤 나라라는 걸 잘 알 수 있을 것이다. 답답한 김에 정말 농담삼아 불쑥 꺼내 본 제의였다. 그런데 그게 거짓말처럼 받아들여 졌다. 술들이 취해있었기에 그랬을 것이다. 조바심을 내는 조정관에게는 내가 책임을 지겠다는 호기도 부렸다.
이렇게 하기로 했다. 이문 전철역에서 그 어부를 혼자 태운다. 그리고 서울역에서 내리게 한다. 그 전에 나와 조정관은 택시를 타고 먼저 서울역에 가 기다리겠다. 조바심이 없진 않았지만 우리들은 그렇게 했고, 서울역에서 우리들은 별 탈없이 만났다.
그 며칠 후 북한의 그 청년어부는 귀순 의사를 밝혔다. 그의 그런 심경의 변화에 따른 귀순 발표를 언론보도로 접했는데, 그 속내를 어떻게 알 수 있겠는가. 다만 그 보도를 보고 듣는 순간 뭔가 강한 짜릿함이 느껴졌다.
하지만 그 북한 청년어부는 끝내 귀순하지 않았다. 판문점에서 북한으로 돌려보내지면서 남한에서 제공된, 속옷을 비롯한 일체의 모든 것을 벗는 장황한 퍼포먼스를 연출하고 그는 북한으로 송환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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