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아이 살림 나가고 비어진 방의 침대를 오늘 치웠다.
20여년 간 한 자리에 놓여있던 침대는 그 자체로서 하나의 역사였던 셈인가,
침대 아래와 서랍에서 덕지덕지한 먼지와 함께 별별 것들이 다 나온다.
그동안 찾으려 무진 애를 썼던 액자 사진이 침대 아래에서 요요하게 그 모습을 드러냈고,
작은 아이의 예비군 복도 거기서 나온다.
방이 휑해졌다.
아내는 시원해 하면서도 한편으로 쓸쓸한 표정이다.
아내 표정에 맞장구를 칠 수도 없는 나는 그 대신 탈이 생겼다.
왼쪽 윗 송곳니가 떨어진 것이다. 침대 들어내느라 아침부터 용을 쓴 탓일까.
이빨도 그렇고 해서인지 밥맛도 없다.
비어진 아이 방에서 휑하니 바람이 이는 것 같다.
가을 바람이겠지.
'photo story' 카테고리의 다른 글
마릴린 먼로 in 1953 (0) | 2020.11.23 |
---|---|
1936년 미국의 '모래-폭풍 헬멧(sand-blasting helmet)' (0) | 2020.11.21 |
秋色, 일산 호수공원 (2) | 2020.10.24 |
한탄스런 격세지감 (0) | 2020.10.19 |
陵谷 대장천 생태습지 물안개 (1) | 2020.10.18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