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니는 가산디지털단지 치과 병원은 집에서 멀다. 전철 두 번 갈아타고 왕복으로 대충 2시간 반 정도 걸린다. 그래도 7년 간 다니던 곳이라 그 병원에 익숙해져서 몸은 좀 고되지만 맘은 편하다. 그런 나를 아내는 자꾸 동네 병원으로 가라고 한다. 그러고 싶기도 하지만, 그래도 마음은 가산동 병원으로 향한다.
어제 치과엘 갔다. 왼쪽 윗니 하나가 떨어졌기 때문이다. 두어 번 떨어져 붙여놓은 것인데, 자주 말썽이다. 치아 붙여주는 건 일종의 서비스다. 병원으로서는 돈이 안 되는 진료다. 그래서 이 진료에 관한 한 좀 박대받는 느낌이 들곤 한다.
원장은 인사도 하는둥 마는둥이다. 간호사가 준비해 놓은 걸 잠시 와서 붙여주는데, 간호사에게 하는 말이 좀 고깝다. 이거 붙여봤자 또 떨어질 것인데 그냥 그냥 그렇게 (대충) 하라는 식으로 간호원에게 말하는 게 그렇다.
치아가 붙여지지 않으면 임플란트 외에 다른 방법이 없다고 해 나름 마음 속으로 준비하고 있다. 하지만 아무리 그렇더라도 원래 치아를 최대한 노력을 기울여서 그 수명을 연장하고 싶은 게 인지상정 아닌가. 경비 문제도 물론 있다.
하지만 병원으로서는 임플란트가 돈이 되는 일이다. 그러니 그런 식으로 나오는 걸 이해 못하는 건 아니다. 그래도 좀 너무 노골적으로 그러는 것 같으니 기분이 그닥 좋지 않다.
진료를 끝내고 카운터에서 임플란트를 준비하겠다. 경비는 대충 얼마인가고 물었다. 얼마 얼마라고 알으켜 준다. 뼈이식을 추가하면 더 늘 것이라고 했다. 전에 들었던 것과 차이가 나 그걸 얘기했더니 잠시 뭘 들여다 보더니 그건 잘못된 계산이라고 했다. 한 10여 만원 차이가 났다. 따져 물으려다 그냥 알았다고 했고, 치아 붙여놓은 거 떨어지면 그 때 와서 임플란팅을 하겠다고 하고 나왔다.
전철 역으로 가는 도중에 치과에서 전화다. 제시한 금액이 좀 잘못된 것이라며, 처음 얘기했던 그 가격이 맞다고 했다. 병원으로서는 내가 금액에 이의를 제기한 게 혹여 다른 병원으로 갈 게 아닌가 하는 우려를 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로서는 병원을 바꿀 의향은 없었는데, 전화를 받고난 후 그래 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튼 치과병원 갖다 온 날은 개운치가 않다. 병원에서의 이런 저런 느낌도 그렇고, 붙여놓은 치아가 또 떨어질까 하는 조바심도 그렇고. 경비문제를 떠 올리면서 내가 좀 옹졸하고 쫀쫀해지는 기분도 그렇다. 그래도 어쩔 것인가. 나이 먹어가면서 이빨은 자꾸 문제를 일으키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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