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들어가니 마땅히 해야 할 일도 은근히 나 모른 척 해 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집안의 이런 저런 IT 관련 일은 아이들도 없으니 당연히 내가 해야 하는데, 이제는 예전처럼 쉽지가 않다.
PC를 안방에 설치해 둔지가 20년이 넘었다. 아내가 늘 못 마땅해 하는 부분이다. 각양각색의 전자파에 둘러싸여 있으니 운운하면서...
큰 아이가 비운 방을 염두에 두고 아내가 그여코 말을 꺼냈다. PC를 그 방으로 가져다 놓았으면 하는 바람을 피력한 것이다. 들어주는 수밖에 없다. 당연히 내가 해야 할 일이지만, 일도 복잡하고 하기도 귀찮다. 우선은 인터넷 전용선을 이전해야 하는 일이 번거롭다.
그런데 마침 집 WIFI에 문제가 있는 걸 알았다. 큰 아이 방에서는 그게 터지지가 않는 것이다. 통신사에 연락을 했더니, 전용기가 설치돼 있지 않다는 것이다. 그럼 지금껏 사용해 온 WIFI는? 그건 개인 공용기였다는 것이다. PC를 다른 방으로 이전해야 한다고 했더니 그건 ‘댁내이전설치’를 신청하려는 것이다. WIFi 전용기 설치 신청만 했다.
어제 기사가 나와 전용기를 설치해 줬다. 인터넷 전용선 이전에 관해 물었더니, 큰 아이가 원래 쓰던, 통신사가 다른 전용선을 이러저리 테스트 해 보더니 그걸로 사용이 가능하다고 했다. PC를 옮기고 인터넷을 켰더니 기사 말대로 과연 그랬다. 재수가 좋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PC를 옮긴 후의 일도 복잡하다. 아이 책상도 정리해야 하고, 안방의 PC가 놓여져있던 책상도 정리해야 한다. 한 두어시간 두 방을 왔다갔다 하면서 마무리했다.
저녁 때 일터에서 돌아 온 아내가 이 방 저 방을 살펴보더니 표정이 환하다. 자기 말을 들어 준 것에 대한 흡족감일 것이다. 그건 그렇고 방을 옮긴 PC 등은 나와 함께 또 얼마 간의 세월을 함께 할 것인지...
'myself' 카테고리의 다른 글
코로나 ‘各者圖生’ (0) | 2020.12.20 |
---|---|
‘少 陽 人’ (0) | 2020.12.12 |
山行 二題 (1) | 2020.11.14 |
馬山 길, 실속있게 먹고 마시기 (2) | 2020.11.11 |
반 쯤 디지털的인 삶 (0) | 2020.11.05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