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겨우 살려냈다. 군데 군데 낡고 닳아 부스러질 정도였는데, 풀로 바르고 테이프로 붙이고 다리미로 누르고 했더니, 그나마 옛 책의 모양은 갖췄다. 이렇게 한 데는 사연이 있다. 좀 오래 전에 전후 일본문학에 관한 글을 올리며, 미시마 유키오, 다자이 오사무 등 일본 작가들의 작품을 다룬 적이 있다. 그 때 참고로 한 책이 1960년 신구문화사에서 출간된 '일본 戰後문제작품집'이다. 그런데 며칠 전 어떤 분이 문의를 해 왔다. 그 학생에 따르면 미시마 유키오의 '신문지' 번역판을 아무리 찾았으나 찾을 수 없다고 했다. 그 학생의 미시마 유키오 소설에 대한 관심과 공부도 그렇고 그 정성이 갸륵하게 느껴져 어떠한 방법으로든 읽게해주고 싶었다. 서재를 뒤져 어렵게 책을 찾았다. 한 반나절은 뒤졌을 것이다. 작업은 쉽지 않았다. 표지도 그렇고 속지도 그렇고 종이가 너덜해져 부스러지고 있었다. 그걸 일일이 낱장 씩 잘 펴고 눌러 페이지로 조심스럽게 연결했다. 풀을 바르고 테이프로 붙이고... 대략 두어 시간 정도 걸렸는데, 눈도 안 보이고 손도 떨리는 처지라 쉽지않은 작업이었다. 펴고 붙이고 바르고 하니 책이 제법 원형의 모습을 갖추기는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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