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책을 꺼내 읽어보는 재미가 솔솔하다. 대개는 1970년대 대학시절 학교 부근의 헌책방에서 산 것들인데, 걔중에는 문고판 책들이 많다. '思想界' 사에서 시리즈로 펴낸 '사상문고'는 거의 완판을 갖고있었는데, 이사 다니고 하면서 많이 없어졌다. 그래도 꽤 된다. 고려대학교 총장을 역임한 金俊燁 박사가 쓴 '中國共産堂史'가 '사상문고'의 제 1호 책이다. 이 책을 재미있게 읽고 있다. '博英社'의 '박영문고'도 더러 있다. 걔중에 근자에 재미있게 읽은 것은 趙光祖의 일대기를 그린 '趙靜庵의 생애와 사상'이라는 책이다.
제일 오래 된 문고판 책들은 1950년대 '陽文社'에서 펴낸 '양문문고' 책이다. 이 문고판 책들도 꽤 있었는데 막상 정리해보니 몇 권 안 된다. 이들 가운데 한스 카롯사의 '전쟁일기'는 책이 이제 낡아 흐늘거린다. 펼쳐보니 옛날 생각이 많이 난다. 1970년대 읽었는데, 그 기억이 어렴풋해, 옛날 책이지만 새롭게 느껴지는 책이다.
작가인 한스 카롯사(Hans Carossa; 1878-1956)도 그렇다. 서문을 읽어가면서 비로소 기억이 나는 독일 작가다. 의사로서 1차 세계대전에 군의관으로 참전해 쓴 자전적인 소설이 '전쟁일기'다.
재미삼아 검색을 해 보니, 한스 카롯사의 작품으로 '전쟁일기'는 나오질 않는다. 대신 '루마니아 일기'가 나온다. 원제는 '루마니아 일기(A Romanian Diary)'가 맞다. 1934년 재출간하면서 '전쟁일기'로 바뀌었다. '양문문고' 판은 '전쟁일기'다. 이 책이 1959년 판이니까, 1934년 재 출간본을 번역하면서 그렇게 된 것 같다.
'양문문고'판 '전쟁일기'의 번역을 누가 했을까. 李孝祥 전 국회의장이다. 반가운 이름이다. 그러니까 이 책은 이효상 씨가 정계로 나오기 전 경북대학교 문리과대학 학장으로 있던 시절에 번역한 책이다. 이 분의 학력은 익히 알고 있는데 다시 보니 새삼 빵빵하다. 동경제국대학 독문과를 졸업했고, 벨기에 루벵대학을 다녔다. 그만한 학력이었으니 박정희 시대 중용됐을 것이다.
반세기도 훨씬 전의 번역이니 지금의 그것과는 격세지감을 느낀다. '배암의 아가리에서 빛을 빼앗아라." 소설의 서두에 나오는, 작가의 핵심적인 메시지를 이렇게 번역하고 있는 게 그렇다. 지금은 '뱀의 입에서...'로 번역되고 있을 것이다.
다른 책들도 마찬가지지만 이 문고판 책들에 대해 딱히 별다른 생각은 없다. 나와 언제까지 하고 어쩌고 저쩌고 하는 게 다 부질없는 짓이라는 걸 잘 알고있다. 그저 눈에 띄면 띄는대로 잠시 추억에 잠기기도 하고, 읽고 싶으면 다시 읽어 보든가 하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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