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철, 그의 시대 그리고 벗들>
어제 마산의 후배로부터 받은 책이다.
받고보니 먼저 부끄러운 생각이 든다. 김종철이라는 후배를 지금껏 모르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저께 술 먹고 밤에 귀가하던 버스 안에서 받은 전화에서 마산의 박진해 후배가 ‘종철’이라는 이름을 얘기하길래, 나는 박종철인 줄 알았다. 그런데 그 박종철이가 아니고 김종철이었다.
1979년 10월 마산과 부산지역을 중심으로 유신독재정권과 맞써 싸운 ‘부마민주항쟁’ 시위를 고려대 법대생으로 주도했고 그 후에도 민주주의를 위해 헌신했던 그가 바로 김종철이었다.
이 책은 ‘부마항쟁기념재단 박진해 이사(전 경남MBC 사장)가 그의 마산고 동기(32회)였던, 하지만 지금은 이 세상에 없는 김종철(1955-1996)을 다시금 세상에 기억하게 하면서 그의 넋을 기리기위해 쓴, 벗이요 동지였던 친구를 위한 회고록이자 증언록이다.
책은 부마항쟁이 촉발됐던 1970년대 시대상황 속에서 김종철이 그의 주변 선후배 및 벗들과 마산창원지역을 중심으로 전개했던 문화적 차원에서의 각종 민주화운동과 노력을 당시의 각종 자료와 인물 인터뷰를 통해 소개하고 있다.
책에는 나에게는 친숙한 이름들이 많이 나온다. 김종철과 박진해가 나의 3년 후배로 동시대를 살았던 만큼 그럴 수밖에 없을 것이다. 책에서 언급되는 한석태, 제철, 설동환, 그리고 이화여대를 다녔던 ‘태신꽃집 딸’ 김은혜는 나의 1년 선배다. 서광태, 이주흥은 내 동기이고, 설 훈은 2년 후배, 그리고 주대환, 이나경은 역시 3년후배다. 시인인 고 이선관은 형. 아우로 지냈다.
책에서 소개되고 있는, 김종철이 한철수, 박진해와 더불어 각종 학술활동과 스터디 모임 등을 통해 적극적인 활동을 벌였던 재경마산학우회도 나에게는 매우 낯이 익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낯이 설기도 하다. 나는 이들보다 몇 기수 앞선 학우회에서 활동했고, 이들이 한창 활동을 벌이던 시기에 나는 군 생활을 하고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책을 받자말자 단박에 읽어 내려갔다. 정겨운 얼굴들의 면면이 떠 올랐다. 마산 밤바다 검푸른 물결이 어른거렸다. 생전에 면이 없었던 김종철 후배에 대한 추모의 염이 치솟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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