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이발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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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ily life

동네 이발관에서

by stingo 2021. 2. 25.

이른 마침 동네 이발관. 근 4개월 만이다.

10여년 단골이니 주인 아저씨와는 잘 안다.

이런 저런 말 끝에 내가 내 주변 분들의 이발하는 주기를 언급하면서,

대부분 될 수 있으면 이발관을 가지 않으려고 한다고 했다.

아저씨는 그래요? 하는데 표정이 좀 심드렁해지는 것 같다.

나이도 들고, 또 코로나로 인해 이발관 가기를 꺼리면서 머리가 길더라도 대충 집에서 면도기 트리머로 깎고

손질한다고들 하더라고 했고, 나도 그러는 바람에 오랜 만에 왔다고 했다.

그랬더니 아저씨 하는 말이 "우리 같은 이발사 다 굶어죽겠네" 한다.

힐끗 거울에 비친 아저씨 표정이 좀 진지해 보인다.

내가 "그럴 수도 있겄소이다"라며 토를 달았다.

둘 간의 짤막한 대화는 그랬다.

면도를 하는데, 근자에 생긴 어깨죽지 통증 때문에 자세가 편안치 않다.

이리 비틀고 저리 비틀고.

볼 주변 면도를 하는데 나도 모르게 좀 실룩거렸던 것 같다.

아저씨가 갑자기 면도를 멈춘다. 그러면서 거울을 통해 나를 보고 한마디 하는데 표정에 정색이 담겼다.

"아, 좀 바로 앉아 있어요. 면도 하루이틀 하는 것도 아니잖아요. 그라고 볼떼기는 왜 또 그리도 실룩거립니까.

나 원참, 못 해 먹겠네..."

내가 뭔 대꾸를 할 수 있을까. 정색을 하고 하는 있는데다,

더구나 면도칼을 든 사람에게 얼골을 맡긴 주제에.

별다른 생각없이 한 말이 이발사 아저씨 심기를 그르쳤던 모양이다.

하기야 아침 첫 마수 손님이 밥그릇 건드리는 소리를 할 일은 아니지 않나 싶다.

하지만 나는 좀 억울하다. 좀 알고있는 데다 오랜 만에 이발을 하면서 우스개로 한 말에 그리도 발끈할 수 있는 것인가.

아무튼 나나 그 아저씨나 오늘 아침부터 서로 일진이 안 좋다.

오늘, 좀 조심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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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네 이발소에서 -

어떻게 깍을 거냐는 말에

저번 머리가 참 좋더라 하자

가위질 소리

쉬엄쉬엄 백 번 들릴 게

째각째각 이백 번도 넘게 들린다

아저씨 담배 한대 길게 하고

하품 두서너 번 할 동안도

주인아줌마 면도해주기

머리 감겨주기 말려주기

다 끝나지 않는다

흔쾌히 맞은 나를 시작으로

오늘의 성업을 간절히 바라는

이들 나름의 축원이려니 하며

깜박 졸음 드는데

누가 내게도 다가와

아, 당신이 한 용접 참 튼실합디다

한 마디만 해준다면

좋겠다는 생각

(송경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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