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김인섭(1944-2021) 선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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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bituary

故 김인섭(1944-2021) 선생

by stingo 2021. 5. 8.

몇 날이 지나, 이제 선생의 죽음을 애도하고 추모하고자 한다.

황망한 죽음이었고, 황망한 부고였다.

故 김인섭(1944-2021) 선생.

1세대 산악인으로, 우리나라 산악계와 히말라야 개척에 앞장섰던 분이다.

 

 

선생의 부고를 접한 게 지난 3일이다. 페이스북을 통해서다.

그날 아침, 확실한 부고보다는 뭔가 그런 느낌의 어떤 포스팅이 있었다.

무슨 일인가 싶어 좀 더 찾아 들었더니,

선생이 그날 새벽 급성 심근경색으로 별세했던 것이다. 향년 77세.

선생을 페이스북에서 만났고, 선생의 죽음을 또한 페이스북 알게된 것이니

나로서는 인연이 좀 짓궂다는 자괴감이 들었다.

선생을 생전에 뵌 적은 한번도 없다. 하지만 선생에 관한 얘기는 전부터 듣기는 많이 들었다.

히말라야를 동경은 하지만 현실적으로 어려웠던 1980년대, 山관련 잡지 등에서 선생을 많이 접했다.

그러니까 나에게 일종의 대리만족을 줬던 분이 바로 김인섭 선생이다.

 

 

 

그런 선생을 페이스북에서 만난 게 한 2년 쯤 된다. 선생의 페이스북 포스팅은 강렬한 것이었다.

히말라야를 비롯해 아콩카과, 파타고니아, 티벳, 라다크 등, 선생이 직접 답사하고 찍은

세계 각지의 산과 오지의 풍경과 인물, 풍속 사진들이었다.

 

 

그 사진들이 얼마나 아름답고 강렬했던지, 선생의 포스팅에는 많은 사람들이 몰렸다.

선생은 지난 2일 인도 라다크에 대한 글과 사진을 올렸고, 나는 그 포스팅을 보았다.

그게 선생의 마지막 포스팅이었던 셈이다.

선생은 내 포스팅도 거의 빼 놓지않고 보셨고, 보실때마다 공감을 주셨다.

나의 4월 29일 포스팅에 공감을 주신 게 마지막이었다.

 

 

김인섭 선생은 돌아가시기 전까지 오는 8월의 해외 트래킹 준비에 바쁘셨다.

선생은 코로나가 그때 쯤이면 진정될 것으로 보고, 우선 인도 북부 라다크 지역 트래킹을 준비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 계획을 페이스북에 올렸으며, 많은 분들이 기대를 갖고 있었다. 나 또한 그들 중의 한 명이었다.

그러던 중 갑작스럽게 돌아가셨으니, 이 얼마나 황망한 죽음인가.

선생은 1974년 한국등산학교 설립을 주도했고,

1975년 대한산악연맹 에베레스트 제1차 정찰대 부대장을 역임했다.

그보다 앞서 1964년 국내 산악회 중 가장 센 전통을 갖고있는 '은벽산악회'를 창립하는 등

우리나라 산악계에 강하고 진한 발자취를 남겼다.

해외등반에도 누구보다 앞장 서, 1972년 프랑스 샤모니 국립스키등산학교를 수료했으며,

1975년 대한산악연맹 에베레스트 제 1차 정찰대 부대장을 역임했다.

1979년 네팔로 들어가 1984년까지 그곳에 거주하며 히말라야를 올랐다.

개인적인 얘기를 하나 덧붙이고 싶다.

선생은 서울사대부고를 나오셨고, 그 학교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했다.

그 학교를 나온 후배가 하나 있는데, 언젠가 선생 얘기를 했더니 한번 찾아 뵙고 싶다고 했다.

그래서 내가 한번 말씀 드리고 같이 뵙자고 했고 날짜를 조율 중이었다.

선생의 마지막 포스팅, 그러니까 인도 북부 라다크 지역 트래킹에 관한 글과 사진을 보면 희망이 넘쳐 흐른다.

그 희망, 그 기대감을 그대로 갖고 가셨으면 한다. 그리하여 하늘나라 그곳에서도 가고싶은 곳 어디든 훨훨 날아다니기를 바란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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