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교 시인이 보내주신 책. 에세이 집이다.
짤막한 생활 에세이들인데, 손수 그린 동화(童畵) 같은 그림들이 곁들어져
동화. 동시처럼 다가오고 또 그렇게 읽혀진다.
이 시인이 동화. 동시 작가라는 선입관 때문이어서 그렇게 느껴진 것일까.
오늘 새벽 산책 길에 한바탕 비를 맞은 후 SNS에 내가 올린 글에 선생은 이런 댓글을 주셨다.
"비 맞기 좋아하는 1인."
비를 좋아한다는 뜻일게다.
그래서 그럴까, 책에서 비 내음이 많이 풍긴다.
"... 비라도 내리는 날이면 초가지붕 깊은 처마 밑 담장에 기대어 너른논벌을 빠른 걸음으로
쳐들어오는 뽀얀 빗방울들의 발을 보았다. 어느 때 비는 새하얗게 손사래를 치며
달려오는 듯 보였다."
"... 비온 뒤 아파트 뒷길을 걸을 때마다 어린 날의 시골숲길이 떠올라
나는 알맞게 행복하다."
"... 빗소리가 거실로 걸어 들어와 내 방까지 올지, 모르지 했다..."
이 선생의 글에는 내가 잘 알고 즐겨부르는 대중가요가 몇몇 나온다.
남인수의 '청춘고백'은 나의 한 때 십팔번이었다. 송창식의 '창밖에는 비오고요'는
군 시절, 비 오는 DMZ 내무반을 울리며 부른 노래다.
에필로그에서는 '봄날은 간다'가 나온다. 선생이 한 때 인사동에서 "낭창낭창 잘도 놀면서"
'봄날은 간다'를 부를 적에 나도 그 자리에 있었는지 모르겠다.
짤막하지만 여운을 남기는 글들이 잘들 알맞게 마츠맞게 자리잡고 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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