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 마산에 관한 책, '그곳에 마산이 있었다'를 펴낸 게 2016년 11월이니 4년이 다 돼간다. 책 내는데 우여곡절이 많았다. 선배와 같이 썼다는 공저 자체부터가 그랬다. 어떤 좋지않은 의도가 개입됐다는 의구심이 있었다. 그 의도 때문에 글 내용도 일부 수정되고, 아무튼 글을 쓴 처지에서는 그렇게 기분좋은 느낌이 들지 않은 책이었다. 그래서일까, 솔직히 말하자면 내가 쓴 책이지만 그 책을 까먹고 있었다.
그런데 이즈음 그 책과 관련해 이런 저런 분들이 연락을 많이 해 오는 바람에 그 책을 한번 씩 펼쳐보곤 한다. 책의 글 내용과 관계되는 분들이다. 가족사를 들첬다고 항의하시는 분들도 있었고, 모르는 사실을 알게해 줬다며 고맙다는 분도 계셨다. 나는 그 또한 그저 그러려니하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저께 좀 다른 케이스의 어떤 분이 전화를 주셨다. 김광휘라는 연세가 지긋하신 분인데, 방송작가를 오래 하신 소설가라고 하셨다. 이 분이 우리나라 '해군의 어머니'라고 불리우는 故 홍은혜(1917-2017) 여사의 글을 많이 쓰셨는데, 홍 여사가 마산출신이라는 걸 알고 있었지만, 마산에 관해 과문한 바람에 글을 쓰는데 어려움이 있었다면서 전화를 주신 것이다. 그러니까 지난 시절의 마산에 관한 자료를 얻고자 수소문하든 끝에 어떤 경로를 통해서 마산에 관한 내 책을 늦게 아시고 책에 관한 문의 전화를 한 것이다. 좀 더 구체적으로 김광휘 선생은 마산의 한석태 교수로부터 내 얘기를 들었다면서 전화번호를 얻어 전화를 한다고 하셨다.
내 책에도 홍 여사에 관한 글이 있다. 홍 여사의 언니인 홍순기 여사에 관한 글인데, 이 글에서 홍은혜 여사의 어려 업적을 고려할 때 홍 여사가 빠질리가 없다. 글을 쓰면서 주변의 도움으로 취재는 그리 어렵지는 않았다. 하지만 김광휘 선생은 홍 여사 글을 쓰시면서 어려움이 많았던 모양이다. 아무래도 마산사람이 아닌 입장에서 마산사람에 대한 글을 쓰기가 쉽지는 않았을 것이다. 김 선생은 이즈음도 고인이 되신 홍 여사 글을 쓰고 있다면서 나에게 도움을 청하셨다. 내가 무슨 그리 큰 도움이 될까마는 그래도 마산과 마산사람을 생각하는 그 마음이 참 고마웠다.
김 선생은 홍 여사 글을 쓰면서 마산에 관해 많이 알게 됐다고 한다. 그러면서 자신의 책을 한 권 보냈는데, 오늘 아침에 받았다. 고 홍은혜 여사의 1930년대 마산여고 시절, 급우였던 일본 친구 구와하라 요코와의 우정을 소설 형식으로 엮은 '무궁화와 사쿠라'라는 책이다. 몇 장 펼쳐보니 1930년대 마산의 풍광이라든가 마산사람들의 모습이 드문드문 그려지고 있다. 이런 내용도 있다.
"...(마산여고) 교실에서는 마산 시내가 내려다 보였습니다. 이층집도 있고 삼층집도 있는 항구도시 마산이 아름다웠습니다. 더구나 도시 밖으로 드넓게 펼쳐져 있는 마산 앞바다가 유리알처럼 빛나고 있었습니다. 아기돼지 같이 탐스러운 섬이라는 뜻인데, 보이는 모습은 귀여운 곰인형 같았습니다..."
김 선생의 이 책은 2013년도에 발간된 것인데, 이 책을 쓰면서 홍 여사와 많은 교분을 나눴다고 한다. 지금 김 선생이 준비 중인 홍 여사 관련 책이 어떤 책인지는 잘 모르겠다. 도울 수 있으면 도와야겠다고 말씀드렸다. 그 전에 우선 내가 쓴 책을 드려야겠다. 집에 재고 책이 있는지 모르겠다. 찾아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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