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 페이스북에서 좀 그로테스크한 사진 한 장을 봤다.
산행 중에 사고를 당해 헬기로 이송 당하는 한 중상자의 모습을 찍은 사진이다.
사진을 올린 분은 사진기자 출신의 유명한 언론인 선배다.
그 사진의 내용인즉슨 이랬다.
사진기자 동료 중에 한 분이 관악산 산행 중 뇌출혈로 쓰러졌다.
119로 연락이 돼 구급대원과 헬기가 오고, 이 분은 응급조치를 한 후 헬기에 태워졌다.
이송 중에 이 분이 잠시 정신이 돌아왔다.
그런 상황에서 이 분이 갑자기 핸드폰을 꺼내 한 대원에게 건네며 한 가지 부탁을 한다.
부상을 당한 자신의 모습을 있는 그 상태로 찍어 달라는 것이다.
구급대원은 어이가 없어 어리둥절했지만, 부탁의 강도가 하도 강해 핸드폰 카메라 셔터를 눌렀고,
그래서 시급한 중환 상태의 자신의 모습을 담은 사진을 남긴 것이다.
이 사진을 올린 선배의 글에 따르면,
중환의 시급한 상태에서 그 분이 자신의 사진 촬영을 부탁한 것은,
등산하다 중상을 입고 헬기로 이송 당하는 사람의 모습이 그렇다는 것을
기록으로 남기고자 하는 사진기자의 직업정신 때문이었던 것으로 풀이하고 있고,
당사자로부터 그걸 직접 확인한 것으로 전하고 있다.
치열하고 투철한 직업정신이지만, 좀 그로테스크한 직업정신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그런데, 이 사진과 글을 읽어나가다 보니 그 분의 안면이 익다.
맞다. 경향신문에 계셨던 조명동 전 부장이었다.
이 분과 좀 짤막한 인연이 있는 것 같아,
기억을 더듬어 봤더니 2000년대 초반 함께 일한 적이 있는 분이었다.
그 때 언론재단의 한 책자 프로젝트에 사진 담당으로 같이 일을 한 것이다.
나하고는 지금은 작고하신 사진기자 출신의 선배 언론인인 고 정범태(1928-1019) 선생을 취재하면서
나는 글을 썼고, 조 부장님은 사진을 찍었던 것이다.
그 책을 찾아 봤더니, 그런 기록이 나오고 있었다.
아래는 사진과 함께 페이스북에 올린 선배의 글이다.
"젊은 시절 언론사에서 사진기자로 맹활약한 조명동 형은,
관악산 산행중 뇌출혈로 쓰러져 헬기로 이송중에 잠시 정신을 차리고
구급대원들에게 핸드폰을 건내며 말했다.
'나의 모습을 좀 찍어 달'고 하자 대원들은 중환자가 사진을 찍어 달라고 하니
기가막혀 어리둥절 했다가 받아들고 셔터를 눌렀다.
어떤 상황에도 글보다 사진기록을 중요시 하는 직업정신
때문에 나온 결과이고 남은 흔적이다.
등산 도중에 다쳤다고 말을 해도 얘기를 듣는 사람들은 어떤 상태 였는지
구체적으로 그림이 그려지지 않지만 결국 사진
이 남아서 그때의 상황을 말해주고 있다.
며칠 전에 우연히 조형을 만나 점심식사후 관악산 사고에
대한 얘기를 듣고 "어떻게 그런 상황에 '사진을 찍어 달라'는 얘기를 하다니 싶어서
내가 먼저 사진을 보고 싶어서 조 형에게 요청해서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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