知人의 전각 글 '長毋相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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知人의 전각 글 '長毋相忘'

by stingo 2021. 11. 22.

예전엔 보며 접하고도 미처 못 느꼈던 어떤 감정이

지금에사 새삼 돌이켜지며 큰 의미로 다가오는 때가 더러 있다.

이 경우도 그러할 것이다.

'長毋相忘,' 이 글귀도 그렇다.

"오래, 서로 잊지 말자"는 뜻의 글인데,

이게 아주 오래 전 잘 알고지내는 한 지인이 나에게 준 책에서 나왔다.

그것도 그냥 쓴 글씨가 아니라 전각으로 해 찍어놓은 것이다.

<비우고 채우는 즐거움, 절집 숲>, 이 책은 지인 친구가 예전 대학에 근무하면서 쓴 것으로,

이 지인은 '소나무박사'로 잘 알려진 전영우 박사다.

이 책의 발행일자와 기억을 더듬어보니 2011년 경 같다.

이 시기에 우리들은 국민대학을 경유해 북한산을 많이 올랐다.

지인 친구의 연구실이 대학 뒤편 북한산 올라가는 쪽에 있어

가끔씩 들러 차 한잔을 얻어 마시곤 했는데,

아마 그때 그로부터 받은 책일 것이다.

책을 받을 당시에 잘 살펴 읽었어야 했을 터인데,

무슨 사정이었을까, 책을 그냥 그대로 읽지도 않고 내버려 두다

오늘 내 눈에 들어온 것이다. 그 친구에게 우선 미안하다.

책에 '장무상망'이라는 자신의 전각 글씨를 찍은 것이니,

그 정성에 송구스럽기까지 하다.

지인의 전각 글씨 '장무상망' 하니, 그 글을 돌이킨 배경이 이제야 생각난다.

그 지인은 그무렵 언젠가 추사 김정희의 '세한도'에 새겨진

제자 우선 이상적의 '장무상망' 전각 글씨에 얽힌 사연을

다음과 같은 글을 남긴바 있다.

그걸 그대로 옮겨보면,

'세한도’ 오른쪽 위에 화제(畵題)를 보면

"추운 그림일세, 우선(藕船), 이 것을 보게, 완당" 이렇게 적혀 있습니다.

완당은 김정희이고 우선은 제자 이상적입니다.

매년 중국에서까지 가서 마련한 책들을 자신의 유배지까지 보내준 제자

우선 이상적 에게 완당이 감사의 마음을 그려 보낸 그림입니다.

늙은 소나무 옆에 곧은 젊은 소나무를 봐도 알 수 있지만 화발에서 공자의 문구를 인용하면서

“한겨울 추운 날씨가 된 다음에야 소나무, 잣나무가 시들지 않음을 알 수 있다” 며

늘 한결같은 제자의 마음 씀씀이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표현하고 있습니다.

이런 그림을 받은 제자 이상적의 마음은 어땠을까요?

이상적은 ‘세한도’를 받아보고 답장을 보냈습니다.

간략히 소개하면

“‘세한도’ 한 폭을 엎드려 읽으매 눈물이 저절로 흘러내리는 것을 깨닫지 못하였습니다.

어찌 제 분수에 넘치는 칭찬을 하셨으며 〔…〕 참으로 과당하신 말씀입니다.”

스승의 글과 그림을 엎드려 읽으며 스승의 쓸쓸함과 고뇌에 대해 어떻게 할 수 없어

눈물로 읽어내는 제자의 막연함에 저 스스로 숙연해 집니다.

‘세한도’ 오른편 아래 구석에 한 문장이 찍혀 있습니다.

아마 제자 이상적이 찍어 놓은 것으로 추정되는 인문은 ‘장무상망(長毋相忘)’ 입니다.

2천년 전 중국 한대의 막새기와에 찍혀있는 명문인데 금석학에 조예가 깊었던 이상적이

스승에게 받은 그림에 그냥 넘어갈 수 없었던 모양입니다.

장무상망 ‘오랫동안 잊지 말기를!’ 이 얼마나 가슴 벅찬 글귀입니까?

각박한 세상에서 그 누구에게 ‘영원히 서로 잊지 말자’는 맹세를 받는다면

얼마나 가슴 뭉클하겠습니까?

지금 다시 이 글을 읽어보니 새삼 뭉클해 진다. 참 좋은 내용의 글이다.

'장무상망,' 이 말의 뜻도 다시금 음미해 본다.

우리 친구들끼리도 서로 서로 오래 잊지말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지인은 얼마 전에 문화재위원장이란 중책으로 선임됐다.

혜화동에서 만나면 다시 한번 감사의 말을 전해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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