춥다. 춥다.
오늘 이른 아침 산책에 나섰다가 과장을 좀 보태 얼어죽을 뻔 했다.
장갑을 하고 호주머니에 넣었는데도 손이 그렇게 시렵다.
발은 걸음걸이로 움직이니까, 안 그럴 줄 알았는데 발도 시리다.
그러니 걸음걸이도 굼뜨면서 몸 전체가 오그라드는 느낌이다.
그에다 콧물, 눈물로 마스크 낀 얼굴은 그것들의 범벅이 되고...
이렇게 추운 날이면 조선말기 실학자 이덕무의 글귀가 생각난다.
"...겨울에 내 작은 초가가 너무 추워서 입김이 서려 성에가 되어
이불깃에서 와삭와삭 소리가 났다.
나의 게으른 성격으로도 밤중에 일어나서 순간적으로
漢書 한 질을 이불 위에 죽 덮어서 조금 추위를 막았다.
이러지 아니하였다면 거의 뒷산의 귀신이 될 뻔했다..."
이덕무도 한 겨울 추위에 고생께나 한 모양이다.
입김이 성에가 되어 이불깃에서 소리가 날 정도면 짐작이 가고도 남는다.
책을 이불 위에 덮었다는 대목이 눈길을 끈다.
살림이 빈궁하여 난방할 처지가 못돼 책으로 추위를 막았다는 것인가.
그런데 전해지기로 이덕무는 당시 조선선비들 가운데 그래도 경제적으로
중상이었다는 점에서 고개를 갸우뚱하게 한다. 글에서 언급된 그의 게으른 성격'을 감안하자면,
아무리 추워도 나가서 군불을 더 때기가 귀찮아 그저 곁에 쌓여있는 책들을 덮어
추위를 줄였을 것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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