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룻만에 쑥 들어갔다. 선거 사흘 앞두고 무슨 빵빠레를 울리듯 이재명 측에서 반겼던, 김만배와 신학림이 대장동의 몸통에 관해 주고받았다는 이른바 뉴스타파 녹취록의 약빨이다. 패색이 짙은 이재명 측에서는 막판 여기에 상당한 기대를 걸고 이 녹취록의 대대적인 확산에 열을 올리는 기세였다. 하지만, 그 녹취록은 우선 내용 그 자체부터가 엉터리인 것일 뿐더러 김만배와 신학림이 주고받았다는 대화 또한 짜깁기의 흔적이 물씬나는 조작된 것으로 판명이 나면서 약효는 커녕 오히려 이재명 쪽이 악재를 덥썩 물었다는 관측이 많다.
게다가 이 녹취록의 조회 추천수를 올리기 위해 드루킹 류의 대규모 조회조작 의혹까지 드러나면서, 이게 오히려 이재명과 민주당 측에 역풍으로 작용하는 조짐마저 일고있는 형국이다.
한 며칠 간 입방아에 오르내렸던 이 엉터리 녹취록 파문을 보면서 부가적으로 불쾌감과 연민감을 안기는 건 한 인간에 대한 서글픔이다.
김만배는 이제 대한민국 사람 거의 모두가 알고있는 모략사기배라 거론할 가치조차가 있을까 싶다. 얘기하고 싶은 자는 이 사기 녹취록에 김만배와 함께 등장하고 있는 신학림이라는 사람이다.
이 사람은 언노련위원장에다 미디어오늘 사장을 역임한, 좌파언론 쪽에서는 나름 행세하는 언론인이다. 나하고도 조그만 인연이 있다. 1990년대 초 출입처를 함께했던 인연이다. 그 무렵 서울경제에 재직중이었는데, 그때 본 인상은 나쁘지는 않았다. 운동권 출신으로 소신도 있고, 열정도 있었고 취재도 열심히 했던 기자로 기억하고 있다.
그 후에 보니 미디어오늘 대표를 하면서 그 직을 지닌 채 팟캐스트에 나와 방송을 진행하기도 했는데, 언젠가 우연히 접한 그 방송을 재미있게 듣기도 했다. 아마도 파주나 운정 쪽에 집이 있는 것으로 알고있는데, 그래서인지 중앙경의선이나 3호선의 대곡역이나 전철 안에서 마주친 적도 있고 얘기을 나눠본 적도 있다. 어쩌다 전철 안에서 마주칠 적에 보면 항상 두꺼운 책을 읽고 있었다. 그래서인지 잘 알지는 못하지만, 나의 이 양반에 대한 인상은 그리 썩 나쁜 건 아니었다.
그러다 이번 김만배와의 녹취록에 이 양반이 상당히 복잡하게 엮여져 있는 것을 보고 나는 깜짝 놀랐다. 내가 이 양반에게 갖고있던 지금까지의 나름 호의적인 인상에 비춰볼 때 배이되는 것이어서 그렇다는 것이다.
나는 이 양반이 왜 어쩌다 김만배라는 천하의 사기배, 그리고 이재명의 민주당 측과 대선 막판 '한껀'을 위한 사기극에 엮여졌는지 도무지 이해가 되질 않는다. 엉터리 사실을 토대로 한 짜깁기 형식의 그 녹취록도 그렇고, 뉴스타파의 용역 일을 하는 처지이면서, 태연히 뉴스타파에 제보하는 형식으로 이런 사기극을 공모하는데 합세하고 있는 것도 그렇다.
왜 그랬을까. 평소 개인의 정치적인 소신이나 목적이 그런 것이면 할 말이 없다. 그러나 아무리 소신이 그렇더라도 그 본질이 사기극이라면 문제가 다른 게 아닌가. 내가 느꼈던 이 양반의 평소 성정대로라면 그걸 지적하고 나무랐어야 했다. 그런데 그러지 못하고 공모를 하고 합세를 했다는 게 나는 이해가 잘 되질 않는 것이다. 나로서는 이 양반에게 어떤 피치못할 사정이 있었기 때문이어서 그랬다는 쪽이었으면 차라리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아무튼 이 양반은 지나온 세월 동안 어떤 행태로든 많이 망가졌다. 불쾌하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그렇게 된 것에 인간적인 연민이 앞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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